2014년 11월 17일, 인천광역시 중구 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은 단시간 근로자로 문화시설 안내해설사 2명을 모집하며 채용기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채용일로부터 11개월(개약만료 후 연장불가)”

이러한 조건이 내걸린 모집공고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해 12월 2일에는 기간제로 안내해설사와 청소관리원, 주차관리원을 모집하며 위와 같이 채용조건을 명시했고, 2015년 1월 7일에도 14명의 기간제 또는 단시간 근로자를 모집하며 채용기간을 11개월로 제한하며 계약만료 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내걸렸다. 

과연 채용기간을 11개월로만 제한하고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이하 노조)는 2015년 3월 5일(목) 11시 인천중구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이 “퇴직금 회피”를 위한 것이었다며 인천 중구시설관리공단을 규탄했다. 말하자면, 채용기간이 12개월이 되지 못하게 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 중구시설관리공단 규탄 기자회견. 김규찬 중구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개미뉴스>가 공단에 확인한 결과 노조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공단의 경영기획실장 조봉환 씨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부득의하게 11개월로 채용기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채용기간을 23개월로 제한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노조가 2015년 2월을 기준으로 파악하기로는 44명의 기간제 노동자가 이와 같은 부당한 계약조건 때문에 1년 안에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지침까지 무시한 채용조건

공단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가 배치되는 곳은 주로 CCTV관제센터와 한중문화관 및 박물관, 국민체육센터, 공영주차장 등의 관리운영업무(안내·해설·미화 등)다. 공단에 이 업무와 관련된 노동자 수는 매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해당 노동자들의 계약만료 시점과 신규체용 시점 사이에 공백이 없다는 점 등은 이들의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2011년 11월 28일에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내놓고 합리적인 고용관행을 정착하기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하도록 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연중 계속되는 업무인지 여부와 ▲이전 2년 이상 계속되어온 업무인지 여부, 그리고 ▲향후에도 2년 이상 지속이 예상되는 업무인지 여부 등이다[표1]. 이 지침에 따라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인천지역 내 타 시설관리공단과 중구 시설관리공단의 행태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표2].

▲ <표1> 정부가 제시한 상시고용업무의 세부 기준.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발췌

▲ <표2> 인천지역 내 주요 시설관리공단 기간제 사용 현황 (자료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

중구청과 공단 "형평성과 예산확보의 어려움이 문제"

2015년 2월, 노조는 김규찬 중구의원(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과 함께 공단과 중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를 면담하고 퇴직금에 대한 예산 확보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이미 11개월 계약해지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경영환경의 어려움으로 재정(퇴직충당금)이 확보되지 않아 고용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예산배정과 더불어 공단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인천 중구청 기획감사실도 공단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당 인천시당(이하 노동당)은 3월 4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중구청과 공단이 제기하는 예산의 제약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예산운영만 바로 잡아도 얼마든지 고용안정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선심성 또는 전시성 사업에 낭비되는 예산만 줄이더라도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예산을 낭비하는 선심성 또는 전시성 사업에 대한 예로 노동당은 2014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인천 중구의 '신포동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벌인 ‘크리스마스 축제’ 예산을 들었다. 축제는 교회 목사들을 주축으로 추진된 종교행사다. 중구는 이 행사에 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김규찬 중구의원이 종교행사에 보조금을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와 '위법적인 선(先) 공사' 등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막았다. 그러나 일부 중구청 공무원이 졸속으로 수정 발의안을 만들어 결국 1억원 예산을 배정해 지급했다. 

당초 중구청이 위 축제에 지원하려던 2억원의 예산은 중구청과 공단의 기간제 노동자 140여명의 퇴직금(2015년 최저임금 적용 시 약 116만원×140명≒1억6천만원)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의 금액이다. 즉, 중구청과 공단측이 주장한 예산확보의 어려움은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김규찬 의원은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궤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더구나 고용안정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할 공공기관이 퇴직금 지급과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인천시당은 같은 성명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가기관 진정 및 고발, 지역여론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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