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 변호사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 (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노동자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노동을 존중하고 인권을 소중히 여기며 활동하고 있는 권영국입니다.

지금은 19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기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세장도 아닌 거리에서 행진을 벌이고 이곳 광화문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삶과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맞습니까?

국정농단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와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이 광장에서 수개월간 촛불은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1% 자본가와 정치권력이 동맹을 맺고 99%의 민중을 지배하고, 고통을 강요하는 불의한 세상에 대한 거대한 저항이었습니다.

나날이 발전한 촛불항쟁의 결과로 시장권력의 상징인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되고, 이어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마침내 구속되었습니다.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렸으니, 이제 우리는 봄이 올 거라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박근혜표 나쁜 정책과 이를 수행한 나쁜 인사들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지고, 좋은 제도와 법안이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가 파면되고 구속된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우리의 처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없는 적폐 정권이 지속되면서 사드배치, 성과퇴출제, 경제위기를 내세운 정리해고, 위험의 외주화 등 나쁜 정책들이 폐기되기는커녕 도리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은 촛불민심을 반영하기보다 대결적인 안보논리와 색깔론 시비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국민적 바람을 공약에서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청산대상이었던 여권후보들은 분단 현실을 악용해 인위적으로 안보 위기를 조장하고, 사회대개혁 요구에 재갈을 물리려고 합니다. 야권대선후보들은 적폐세력들의 허구적인 안보논리에 끌려 다니며, 보수층의 표를 구걸하려고 합니다.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이 정당화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시당하고 해고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노동이 너무도 쉽게 천대받고 너무도 쉽게 죽임을 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억울하다고 아무리 하소연해도 너무도 쉽게 외면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의 노동과 능력이 존중받는 세상이 아니라 부모의 지위와 재산에 의해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불평등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차별을 강요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한 현실을 두고서 우리는 정치를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장 힘들고 고된 노동을 담당하면서도 저임금과 무권리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두고서 개혁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는 불의한 현실을 두고서 정의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적폐세력으로부터 우리의 권력을 되찾아 와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만 바꾼다고 해서 우리 노동자 민중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불평등과 사회양극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어야 비로소 99% 민중들이 염원하는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일터를 시민과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고쳐나가야 합니다. 최저임금 당장 1만원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싸움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힘찬 연대의 발걸음이 차별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바꾸어나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것이 바로 촛불의 요구입니다.

* 2017. 4. 22. 우리일터 새로고침 대행진 문화제(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발언한 권영국 변호사의 발언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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