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에 최상의 이열치열(以熱治熱) - 옛맛 동태탕

맛선생의 ‘맛있는 이야기’ - (1) 동태탕 맛선생l승인2015.06.08l수정2015.06.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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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맛선생이 이해할 수 없는 맛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해마다 겨울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자주 맛보던 ‘동태탕’이다. 내 입맛에는 분명 맵고 뜨거워 고역인데도 아버지께서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연신 훔치시면서 "아! 시원하다. 정말 시원하다"며 감탄하셨다. 어린 내게 시원하다는 것은 김이 펄펄 나는 동태탕이 아니라 분명 ‘부라보콘’이나 ‘누가바’인데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지금은 내 아들들이 귀밑머리 희끗희끗해진 맛선생을 그런 눈으로 본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맛선생도 아들들에게 한 마디씩 한다. "너도 아빠나이가 되면 그 맛을 알거야." 어느새 나도 그 옛날의 아버지가 돼 있는 것이다.  

맛있게 매운 그 맛이 아쉽다

요즘은 외식문화가 참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화두가 바로 ‘매운 맛’일 게다. 거리에 나가보면 ‘○ 매운 짬뽕’, ‘○○ 불족발’, ‘○○ 불닭발’ 등등 매운 음식 전문점의 간판이 즐비하다. 방송과 인터넷에도 매운 맛 이야기가 연일 우리에게 손짓한다.

그런데 맛선생은 참 불만이다. 평소 얼큰한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요즘 맞보는 매운 음식들은 정말 제 맛이 아니다. 아마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것이겠지만, 서로들 매운 맛으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매운 맛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청양고추도 이젠 과거지사가 되었다. 맵기가 청양고추의 몇 배, 몇 십 배 된다는 베트남 고추며 태국고추 등도 모자라, 매운 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을 화학적으로 농축해 만든 캡사이신 원액이 우리의 입맛을 그저 맛없이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우리가 맛으로 표현하는 신맛 · 쓴맛 · 단맛 · 매운맛 · 짠맛 등 ‘오미(五味)’ 중의 하나인 매운 맛은 맛보다는 ‘통각(痛覺)’에 더 가깝다. 매운 맛은 사실 맛이라기보다 자극이다. 즉 ‘혀에서 감응하는 미각이 아니라, 살갗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매운 고추는 항암작용과 비만에 효과가 뛰어난 캡사이신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식품이다. 고추의 매운 맛을 좌우하는 캡사이신은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고 입안과 위를 자극해 입맛을 돋우는데 일조한다. 특히 체지방을 분해하고 지방을 연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알려져 매운 고추는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음식 중 하나이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동태탕

요즘은 냉동시설이 발달해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는 동태탕이지만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더욱 생각나는 음식이다. 중불에 바특하게 끓여가며 곤이*며 알이며 국물 맛 배어든 부드러운 살점에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시원한 국물 한 수저 뜨면 그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 동태탕마저도 매운 맛 유행에 제 맛을 잃어가고 있다. 이른바 체인화된 동태탕 전문점은 어딜 가나 만나기는 쉽다. 하지만 막상 걸쭉한 국물과 혀가 짜릿할 정도로 얼얼한 매운 맛을 먹다 보면, 맛도 모르고 그저 한 끼 때웠다는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맛선생이 시원하다고 하는 동태탕의 기억은 무우 몇 조각 나박나박 하게 썰어 넣고 파, 마늘에 고춧가루와 텁텁하지 않을 정도의 고추장으로 색과 맛을 더한 다음, 천일염을 슴슴하게 간한,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감칠맛 나는 그 맛이다.

동태탕 체인점들이 저마다 특별한 맛의 비결이 있다고들 홍보한다. 십수 가지의 양념을 섞어 며칠을 숙성한 양념 다대기를 쓴다고 하지만, 사실 담백한 흰 살 생선인 동태에 이런 걸쭉한 국물은 다소 무리한 조합이다. 물론 맛선생 개인의 입맛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 칼칼하지만 맛있게 매운 이가네 동태탕. 사진: 맛선생

뒷골목에 숨은 동태탕집 - ‘이가네 동태탕’    

각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동태탕집이 있어 소개한다. 구월동, 같은 자리에서 동태탕집을 8년 째 운영하고 있는 '이가네 동태탕'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같이 다니며 식도락을 즐겨온 맛선생의 오랜 벗인 이인수 군의 소개다. 하지만 첫인상은 간판도 없이 어딘가 좀 허름한 모습이었다(요즘은 새로 간판을 개비해 다소 낫다). 더구나 주택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찾는 이가 얼마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식당 안은 이미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한 삼십분을 더 기다리고서야 겨우 자리가 났고, 비로소 차림표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곳의 주 메뉴는 오직 하나, 동태탕이다. 가격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체인점의 흔한 육개장도 8천원이 된 지가 한참 됐는데, 2인분에 1만 4천원이니 1인당 7천원이면 참 만만한 가격이다. 

▲ 이가네 동태탕 차림표 사진 : 맛선생

동태는 명태를 얼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태는 북한의 명천이라는 지역에 사는 태(太)씨 성의 어부가 잡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얼린 동태, 얼리지 않은 생태, 말린 북어, 추운 겨울 바닷바람에 얼리고 녹이기를 3개월 이상 반복해 살이 연하고 통통한 황태, 반 건조 상태의 코다리, 어린 치어를 바짝 말리면 술안주로 즐겨 먹는 노가리.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명태는 이름이 많은 생선이다.  

이름도 그렇지만 명태는 영양도 아주 풍부하다. 우선,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북어의 단백질 함유량은 대표적인 단백질식품인 두부의 8배 이상, 그리고 고급 단백질원인 우유의 무려 24배 이상에 이른다. 게다가 비타민과 칼슘, 철분 등 무기질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명태의 간유(간에서 뽑아낸 기름)에는 대구 한 마리의 3배나 되는 비타민A가 들어 있어 안질로 눈이 침침하거나 잘 안 보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열을 가하면 살이 쉽게 풀어져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고, 성질이 따뜻해서 손발이 찬 사람들에게 좋다. 감기몸살로 식욕이 떨어지고 불편할 땐 명탯국을 뜨겁게 끓여 먹으면 땀이 나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회복도 빨라진다.  

명태의 효능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해독작용이다. 소화흡수가 잘 될 뿐만 아니라, 간을 보해 술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서 면역과 해독작용을 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데 특히, 북어의 단백질에는 알코올 해독과 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메티오닌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숙취에 좋다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명태의 효능은 그 이상이다. 한의학에서도 간장해독, 혈압조절, 체내 노폐물제거와 해독에 좋은 식품으로 명태를 꼽는다.  

▲ 이가네 동태탕의 맛깔난 곁들이 반찬은 손님들이 더 찾는 이유. 사진: 맛선생

‘이가네 동태탕’은 주인인 이 향미 씨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은 지난 1994년부터 강원도 홍천과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서 황태, 추어탕, 해장국전문점 등을 운영해오다 구월동 이 곳으로 이전해 약 8년여 동안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손님이 계속 드나드는 통에 자세히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주인장의 오랜 식당경력이 배어났다. 또, 단일메뉴 위주로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보였다. 메뉴를 단일화하면 식재료의 선도가 유지되고, 구입 비용이 절감돼 결국 손님의 상차림이 좋아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이곳의 동태탕 맛은 국물이 일품이다. 주인장은 무, 대파뿌리, 마늘, 생강, 황태머리 등에 특이하게 배를 넣고 뽑아낸 육수를 사용한다고 했다. 여기에 잘 손질한 6통 사이즈의 동태에 민물새우를 얹고 미리 숙성한다. 단, 국물 맛을 텁텁하게 만드는 양념 다대기는 넣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탕을 끓일 때마다 바로바로 국산 청양 고춧가루와 소량의 고추장을 더해 시원한 국물맛을 낸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맛선생이 알고 있는 바, 일반적인 동태탕집은 7통 사이즈의 동태를 사용한다. 6통 사이즈를 사용한다는 말은 같은 크기의 동태 한 짝에 마릿수가 더 적은 걸 사용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6통 사이즈의 통태는 살집이 풍부하고 더 크다. 

동태탕 만드는 비법을 갖고 집에서 시도하더라도 똑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왜 그런지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육수와 양념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얼핏, 쉬운 말로 들리지만 적절한 비율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 6통 이상의 큼직한 동태를 써서 푸짐히 맛 볼 수 있다. 사진: 맛선생

 

 

 

 

 

 

 

 

한편, 세계에서 명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뿐이라고 한다.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명태는 선호하는 생선이 아니다. 그러니 한국인만 명태사랑이 유별나다. 이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함경도 지방에 있을 때 명태를 매우 즐긴 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2009년 11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인공수정을 하기 위해 ‘2kg이 넘는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오면, 도매가의 10배를 쳐주겠다는 ‘명태수배전단’을 동해어민들에게 뿌린 적이 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별 소득 없이 수배령을 거두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명태는 80% 이상이 러시아 수역에서 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동해에서 명태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인의 명태에 대한 추억과 애착은 오랫동안 변치 않을 것이다.
글·사진=맛선생 key-agency@hanmail.net

* 맛선생의 맛 평가
  - 맛 : ★★★★☆
  - 가격 : ★★★★★
  - 서비스 : ★★★★☆
  - 위생 : ★★★☆☆

* 업소 정보

▲ 이가네 동태탕 업소전경 @사진: 맛선생

■ 상호 : 이가네 동태탕(대표:이현미)
■ 주소 : 인천 남동구 구월동 1345의 1
■ 위치 : 구월동 VIPS옆 동일볼링장 주차장 뒤
■ 휴무 : 매주 일요일 ▲문의 : ☎ 032-425-5194
■ TIP : 이 업소는 국물 맛을 제대로 내기위해 2인분 이상씩만 주문 받음.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붐비니 예약하는 것이 편리함.

맛선생  key-agenc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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