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순순히 길 수 없어서, 교도소로 노역 살러 갑니다.

이 글은 이장원 씨가 지난 10월 9일 오후 9시 9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옥죄는 공권력에 순순히 길 수 없어서, 교도소로 노역 살러 간다”며 올린 글이다.

집회, 시위사건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은 것인데, 정말 건이 정말 몹쓸 죄인으로 규정되어야 한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이런 억울한 일들을 당하시고 살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민중들의 삶이기도 하다.

정말 못된 죄인들은 활개를 치고 잘 살고 있는데 서민들은 이런 것이 왜 죄가 되는 것인지, 왜 이런 법이 존재하는지 의심을 갖게 한다.

▲ 이장원 씨가 지난 10월 9일 오후 9시 9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옥죄는 공권력에 순순히 길 수 없어서, 교도소로 노역 살러 간다”며 올린 글 - 이장원 씨의 페이스북 내용 캡쳐

집회시위의 자유를 옥죄는 공권력에 순순히 길 수 없어서,

교도소로 노역 살러 갑니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긴 명절 연휴가 끝나는 오늘, 저는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집회 시위 참여로 생긴 벌금 때문입니다.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후, 2달여 동안 수배상태로 지내는게 참 고역이었습니다. 언제 금융거래가 막힐지 모르고, 언제 집과 직장으로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더는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집회시위로 인해 선고된 벌금으로 여러 차례 시민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은 바 있어 다시 손을 내미는 게 너무 민망합니다. 벌금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30일 동안 교도소에 있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한 달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자신이 없는 것이 첫째고, 둘째로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생고생을 할 동료들의 빡친(?) 얼굴이 생생히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노역을 살며 부당한 공권력에 불복종하고, 시민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해야겠습니다.

저에게 선고된 벌금 300만원은 2가지 집회, 시위사건으로 선고된 것입니다.

2015년 2월 5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인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위한 3차 오체투지 행진’ 기자회견 참여로 인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여로 인한 일반교통방해죄로 정식 기소되었습니다.

1심에서 검찰은 징역 1년에 벌금 50만원을 구형하였고, 2년간의 재판 끝에 벌금 300만원이 확정 선고되었습니다. 이후 벌금 납부를 하지 않은 채로 있다가 지명수배가 되었습니다.

1. 2015년 2월 5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에 관하여

2015년 2월 5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차 오체투지 기자회견에 참여했습니다.

2월 5일 3차 오체투지는 국회의사당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국회 정문과 정문 방향의 횡단보도를 원천봉쇄했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에 많은 사람이 구호를 외치면 미신고 불법집회이며, 국회 앞은 집시법상 집회 금지 구역임을 통지하며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 했습니다.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 이 기자회견에 참여하러 갔다가 채증 되었고 기소되었습니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이 경찰조서와 검찰 공소장에 녹아들어있습니다.

첫째, 국회, 청와대 등 주요 국가 시설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원천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심해하는 악법입니다. 해당 문제에 책임이 있는 집단을 압박하고,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하는 게 집회, 시위입니다. 국회 앞이 왜 안됩니까? 너무나 단순한 이유로, 이 법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둘째, 경찰은 기자회견을 자기 멋대로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진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의 이런 행태가 집회, 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기자회견 참가자를 범죄자 만드는건 참 쉽습니다.

국회나 청와대 앞 등 집시법 11조에서 집회금지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간에서 기자회견을 할 시, 기자들 촬영용으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순간 경찰은 이 기자회견을 ‘기자회견을 가장한 집회’로 규정합니다. 기자회견이 집회가 되는 순간 집시법 11조 위반이 되어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요. 기자회견은 대부분 참가자의 발언과 기자의 질의응답으로 채워집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집시법 사범들을 사실상 조작해냅니다. 이런 식의 공권력 집행에 복종할 수 없습니다.

2.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일반교통방해죄 위반에 관하여

2015년 민중총궐기를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것입니다. 민중총궐기에서는 십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정권의 폭정에 항의하며 권리를 주장하고 싸웠습니다. 노동개악저지, 농민생존권 사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 반대 등 수십 가지의 요구들이 사회적으로 표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경찰을 동원하여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그 가운데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습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었고, 개별 집회 참가자들에게 소환장이 무차별적으로 날아들고 벌금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역시 이 집회에 참가해서 도로점거를 했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형법 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방해하는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50만원 수준의 벌금이 선고되는 집시법 위반에 비해 매우 무거운 처벌이 내려집니다.

검찰은 저에게 이 죄를 적용하면서 증거로 통신기록과 채증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주장인 겁니다. 첫째, 당신이 그 시위 자리에 있었다. 둘째, 당신이 시위 중 도로 위에 서있었다.

집회 시위에 나갔다가 도로점거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시법보다 일반교통방해죄가 형량이 훨씬 세기 때문입니다. 단순 집시법 위반은 대부분 벌금 50만 원 선에서 처벌됩니다. 집회 참가자에게 ‘교통불편’을 이유로 수백만 원의 벌금을 선고하는 사법당국으로 인해 시민들은 집회 시위에 참여하는데 큰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집회와 시위를 ‘교통불편’을 이유로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은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집회 시위의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이유는, 집회와 시위는 권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결집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공권력은 툭하면 집회를 불허하고,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아 시위를 해산시키고, 차벽 안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두며, ‘선량한 시민’ vs ‘불편을 끼치는 시위대’의 대립구도를 만들어왔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을 교통불편을 이유로 처벌하는 행태들은 공권력의 이런 반-민주적인 인식에 기반을 둡니다. 전 이 현실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기 싫습니다.

글이 많이 길었습니다. 저 하나 이런다고 해서 뭐가 바뀌랴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권의 역사는 부당함을 느낀 한 사람 한 사람의 저항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벌금과 징역으로 옥죄는 공권력도 많은 사람들의 항의와 감옥행이 이어지면 변화할 수밖에 없겠지요.

저의 노역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옥죄는 공권력에 대한 문제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간 안녕히 계십시오.

* 벌금 후원은 ‘농협 352-0708-1053-13 김현탁’으로 부탁드립니다. 벌금이 충분히 모여도 노역을 가능한 오래 살 예정입니다. 벌금 납부 후 남은 돈은 집회 시위 참여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분께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면회 등 저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김현탁(010-7478-1613), 이근희 동지와 소통하시면 됩니다.

*교도소에 가있는 동안 전화, 문자, 메신저 일체 안됩니다. 김현탁, 이근희에게 제 SNS 계정을 다 맡겼으니, 카톡, 페북 메시지로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