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36일째인 대전 을지대병원지부·서울 을지병원지부, 을지 가족에게 드리는 호소문 발표

대전 을지대병원과 서울 을지병원의 공동파업이 36일째 접어든 11월 14일, 노조에서 “을지 가족에게 드리는 노동조합 호소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환자진료에 전념해야 할 병원이 파행 운영되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며 파업 중인 조합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조속한 파업 타결”을 촉구했다.

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장기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진정성있는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을지재단과 병원측”이라며 “파업손실이 얼마가 되든 환자가 불편을 겪든 말든 노동조합을 무릎 꿇리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지난 10월 30일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겸 을지병원 이사장이 사임한 데 대해 “파업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리고, 직원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노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술수이자 기만적인 쇼였는가?”라고 반문하며, 을지재단과 병원측에 ‘인간사랑 생명존중’이라는 을지재단 설립이념을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을 환자를 존중하는 병원, 직원을 존중하는 병원, 노동을 존중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과 교수, 임직원, 비조합원 모두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 “최근 성심병원의 갑질ㆍ인권유린ㆍ의료법위반ㆍ인력부족의 현실이 연일 보도되고 병원의 비정상 운영에 대해 성심재단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병원의 비정상적 운영사례는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도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이제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며, 11월 15일(수)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비정상의 정상화투쟁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파업 29일째를 맞은 지난 11월 7일 을지재단 산하 을지대병원(대전)과 을지대을지병원(서울)에서 파업 이후 첫 노사 자율교섭이 열렸고,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교섭은 10월 10일 파업돌입 이후 29일이 지나 처음으로 진행된 노-사 자율교섭인 만큼 괄목할 만한 진전은 없었지만, 향후 대화와 교섭을 통한 사태해결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후 보건의료노조가 을지재단 측에 1월 9일(목)~10일(금) 조속한 타결을 위한 집중교섭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 을지대을지병원지부 파업 35일차 모습

이처럼 병원에서 파업을 해도 장기화되는 것은 사측의 태도에 큰 문제가 있겠지만,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으로 정해져, 전에는 노조 자체에서 중요환자들의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조정하여 파업할 조합원들을 정해 파업에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을 강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봉쇄해 버린 노동악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분석된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란,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필수유지율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만들어진 제도로, 노무현정부 시절에 만들어져 2008년 1월부터 적용됐다. 병원, 혈액공급 등 공중의 생명·건강 및 신체의 안전에 관련된 사업과 철도·항공·가스·통신 등 시민의 생활과 관련된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노조 뿐 아니라, 노사문제 전문가들도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사용자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제도라는 것이다. 아니,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설 수 있는 벼랑 끝 무기인 ‘파업권’이 무력화, 사실상 금지되도록 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지난 3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장기파업 조장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평가와 대안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 토론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이다.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 을지대을지병원지부 파업 35일차 모습

<을지 가족에게 드리는 노동조합 호소문>

오늘로 대전 을지대병원과 서울 을지병원의 파업이 36일째입니다.

환자진료에 전념해야 할 병원이 파행 운영되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며 파업 중인 저희 조합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저희들은 하루빨리 파업을 해결하여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 누가 장기파업을 유도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파업을 풀려고 해도 풀 수가 없습니다.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을지재단 측은 “모든 권한을 병원 측에 위임했으니 병원측과 교섭해라”고 하고, 병원 측은 “우리는 허수아비다. 결정권한이 없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어떻게 교섭이 진전되겠습니까?

● 환자와 지역주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파업의 원인은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소박한 요구를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 20년차 간호사 임금이 타 사립대병원 간호사 초임과 비슷할 정도로 낮은 임금

▶ 법정 근무시간인 8시간을 넘겨 2~3시간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을 주지 않는 현실

▶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해 양질의 서비스가 어려움

▶ 1~2년 근무 후 쫓겨나는 비정규직이 늘어나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서비스 질 하락

▶ 여성직원들에게 생리휴가·육아휴직 등 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모성보호제도 위반

▶ 병원이 공급해야 할 의료용품을 개인 사비를 털어 구입하고 있는 현실

희망을 품고 입사한 병원이었는데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울며 떠난 을지인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저희 조합원들은 직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병원,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 열악한 근무환경보다 더 분노스러운 것은 재단과 병원 측의 태도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교섭 쟁점은 <임금격차 해소>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딱 2가지입니다. 2~3시간만 마주 앉아 진정성있게 교섭하면 곧바로 타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그러나 을지재단과 병원측은 환자들을 내팽개친 채 파업을 한 달 넘게 장기화시키고 있습니다. “파업하면 월급 못 받을 테니 언제까지 파업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며 기어코 노동조합 무릎을 꿇리겠다는 태도입니다.

파업을 장기화시키면서 병원측이 입은 손실분이면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임금격차 해소분을 해결하고도 남습니다. 을지재단과 병원 측은 파업손실이 얼마가 되든 환자가 불편을 겪든 말든 노동조합을 꺾어놓겠다는 태도입니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경영진의 태도입니까?

● 을지재단의 <인간사랑 생명존중> 설립이념은 어디로 갔습니까?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직원들의 어려운 처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파업이 장기화될 이유가 없습니다.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병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렇게 무책임하게 파업을 장기화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61년 역사를 가진 을지재단의 성장과 발전의 기반은 <인간사랑 생명존중> 설립이념이었습니다.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서로 권한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한 달 이상 파업을 장기화시키고 있는 지금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설립이념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 재단과 병원 측은 <인간사랑 생명존중> 설립이념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 박준영 회장 사임은 노조압박용 쇼에 불과했습니까?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겸 의료법인 을지병원 이사장이 지난 10월 30일 갑자기 사임한 이후 2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을 을지가족 모두의 소중한 일터이자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한 어떤 노력과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준영 회장 사임은 파업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리고, 직원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노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술수였고, 기만적인 쇼였습니까?

● 다 함께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병원을 만들어 갑시다.

연일 병원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심병원의 갑질ㆍ인권유린ㆍ의료법위반ㆍ인력부족의 현실이 연일 보도되고 병원의 비정상 운영에 대해 성심재단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숩니다. 이같은 병원의 비정상적 운영사례는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도 만연해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병원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일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노동조합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을 환자를 존중하는 병원, 직원을 존중하는 병원, 노동을 존중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파업 중이지만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시는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병원정상화를 바라고 있을 임원·간부님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님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님들도 모두 을지를 아끼고, 을지 발전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을지재단과 병원 측이 노동조합을 꺾어놓겠다는 대결 자세를 버리고, 조속히 파업을 해결하고 희망찬 을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과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2017년 11월 14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을지대병원지부·을지대을지병원지부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