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으로 인해 1년 넘게 일하고도 퇴직금이나 연차유급휴가를 받지 못했던 파견노동자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파견업체와 사용업체가 연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임금의 지급의무가 있는 파견업체에만 책임이 있다”고 한 지방노동위원회(인천)의 처분을 뒤집은 판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게다가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차별이 고의성이 있다”며 “차별액의 두 배만큼 보상하라”고 명령하는 등 파견업체와 사용업체에 이례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파견노동자는 고용관계를 파견업주와 맺지만, 실질적인 노동은 사용사업주의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사용사업주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참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러한 파견노동자의 사용은 그 대상이 제한돼 있다. 특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주)모베이스는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다. (주)모베이스는 몇몇 관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산직에 파견노동자를 배치하는 등 불법파견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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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이 문제가 되는 점은 이로 인해 차별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파견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조건은 파견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번에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불법파견과 차별시정을 인정받은 ㄱ씨의 사례에서도 불법파견의 문제점이 확인된다. ㄱ씨는 1~6개월 간격으로 파견사업주를 바꿔가며 고용과 해직을 반복해야 했다. 그 결과 ㄱ씨는 1년이 넘게 한 곳에서 일하고서도 퇴직금과 연차유급휴가 등을 받지 못했다. 또, (주)모베이스의 정규직은 400%의 상여금이 고정적으로 지급됐으나 ㄱ씨와 같은 파견노동자에게는 200%의 상여금이 변동급으로 지급됐다. 

▲ <표1> 파견노동자 ㄱ씨의 근무기간과 고용관계(출처: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금속노조 인천지부(이하 노조)는 불법파견을 저지른 (주)모베이스와 협력업체를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 고소했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주)모베이스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파견노동자들이 그 동안 받은 차별에 대하여 상여금 차액분, 연차휴가 미지급에 대해서 차별시정신청을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파견사업주의 책임만 인정하고 (주)모베이스 연대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파견사업주(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이미 폐업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파견노동자들은 그동안 받은 차별을 구제받을 길이 없어졌다. 

이에 노조는 사용사업주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그간의 해석을 바꿔 파견사업주뿐만 아니라 사용사업주도 연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정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이번 판정에 대해 “대한민국에 만연한 파견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에 대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 <표2>중앙노동위원회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연대책임을 인정한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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