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이라 쓰고, 도시를 파괴한 사람들에게

류재선l승인2018.03.28l수정2018.03.28 14:0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류재선

• 도시재생연구소장

• 부천시 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연합회 공동대표

• (전)부천시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고문

지난 8년을 생각하면 삶이 공허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장 한 사람 잘 못 뽑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워지는지 절감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랬다. 정치가 어디 오만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별로 생각이 없는 자들도 완장만 채워주면 상왕노릇을 하는 것이 정치니 누구를 탓하랴.

2014년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다. 뉴타운사업을 해제할 당시, 나는 걱정이 앞섰다. 발 빠르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그리고 뉴타운사업만 덜렁 해제를 시켜놓았다. 뉴타운사업이 해제되는 것은 당연했다. 전국에서 절반 이상이 해제된 지금도 과잉공급이 우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로 원주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투기꾼과 외부 유입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원주민들을 내 쫒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원주민들의 재산은 공익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반 토막을 내서 헐값에 보상하고, 건설사는 이윤을 챙기기 위해 실거래가격으로 아파트를 팔아먹는 사업으로, 원주민들의 재산만 강탈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문제는 해제 이후의 정책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부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어처구니가 없어도 웃지못할 현상은 전국에서 수많은 구역들이 전면철거식 싹쓸이 개발이 사업성이 없고, 추가 분담금 폭탄이 우려되며, 주민들의 재산을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사업을 중단했는데, 또 다른 구역에서는 그와 똑같은 사업들이 주민들이 원한다는 이유를 갖다 붙이거나, 사업성이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건설자본의 힘에 밀려 버젓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사업이 진행되는 실질적인 이유는 ‘당장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건설자본’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행정권력’이 먹이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뉴타운 재개발이 해산된 곳에서는 도시재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노래했고, 뒤에서는 대책 없는 뉴타운 재개발사업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황당한 것은 부천시가 뉴타운사업을 직권으로 해지해 놓고, 다시 안팎으로 무지막지하게 아파트를 지어대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그 결과에 대해 진정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요즘 완공된 아파트가 모두 분양 되었다고 자랑할지 모른다.

앞으로 25개 구역에 이르는 재개발 재건축 구역과 더불어 부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구역들이 모두 분양이 될지도 의문이지만, 백보를 양보해서 아파트가 모두 분양이 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부천의 경제는 활성화 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부천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 좋아질까?

녹지 공간도 전국 최하위에서 맴돌고 있는 부천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녹지공간들을 시멘트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아파트만 지어대면, 시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일까?

개념 없는 토건 정책이 가져올 재앙은 또 있다. 원도심에 대한 도시재생에 골몰하지 않고, 자꾸만 도시를 팽창해 가는 정책을 쓴다면, 결과는 원도심의 급격한 쇠퇴로 이어질 것이다. 낙후된 도시 안팎으로 아파트만 지어대면 그것은 원도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자산 가치도 급격하게 하락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 아니라, 거꾸로 추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계속해서 아파트나 짓고,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구상은 오히려,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태환경은 더 열악해 지고 인구밀도만 높아진 도시, 첨단산업을 유치할 구체적 수단과 방법은 마련하지 못한 채 산업단지만 덜렁 조성해 놓아서, 주변에 메머드급 공단들에 밀려 오히려 원도심 공단들의 위기만 불러들일 공산이 크다.

첨단산업의 유치나 친환경 개발은, ‘첨단’이란 단어와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주민을 위한 주거정책이 사기였음을 뼈저리게 경험한 시민들이다. 그것은 말로만 주민을 위한 주거정책이었지, 실제는 건설자본과 행정권력을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산업단지 조성 문제도 땅장사를 하려는 토건세력들의 음모가 아닌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산업단지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오히려 기술개발을 지원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금융, 행정 등의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면 차라리 기업을 찾아가 조사를 하라. 되지도 않는 정치적 수사로 일관하지 말고.

도시경쟁력이나 주민들의 삶의 질, 그리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정책이나 슬로건에 속아, 주민들이 또 다시 허망하게 보낼 4년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g/view

류재선  eamdc@hanmail.net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405-806)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인로 611간석오피앙 1차 202호  |  대표전화 : 032-424-7112  |  팩스 : 032-429-6040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  청소년보호 책임자 :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20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