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속노조 진단과 개혁 방향

법정투쟁은 적절히 배합하면 투쟁에 유익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존도가 지나쳐서 아예 금속노조의 가장 핵심적인 투쟁수단으로 격상되었다. 금속노조 자체가 ‘법률원’ 중심 조직으로 변화되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될 정도다. 그 실태를 살펴보도록 하자.

원래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금속법률원'은 노동조합과는 독립된 조직, 채용·인사, 회계 체계 형식을 갖고 운영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법률기금을 조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법률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변호사법 위반 소지를 없애고, 법률원의 재정을 안정화하며, 조합은 법률사업에 대한 관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 주석 1) 한다고 금속법률원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아래 <표 1>은,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법률원 확충 사업 2단계(2020년~2021년)와 3단계(2022년~2023년) 계획을 보여준다.

<표 1> 금속법률원 확충 사업 계획

* 자료 : <금속노조 10기 63차 중앙집행위 2019. 8. 20>

위 계획에 따르면, 금속법률원은 2단계인 ‘본원-광역사무소’ 편재에서 3단계의 ‘본원 - 지역사무소’ 편재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전국 법률사무소 수자가 2단계의 ‘1+10’개(여기서 1은 본원 법률사무소를 말함)에서 3단계의 ‘1+15’개 늘어나게 된다. 고용 인원 역시도 2단계의 50명에서 3단계 76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표 2> 참조)

금속법률원을 이렇듯 전국적으로 확충하게 되면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재정이다. 변호사, 노무사, 송무국 등은 결코 ‘자원봉사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유급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기로 하자.

지금은 2021년 4/4분기이므로 2단계 확충 계획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내년부터 3단계 계획이 실시될 경우 그 비용을 계산하기로 한다.

<표 1>에 따르면 앞으로 본원 1개, 지역사무소 15개(총원 76명)가 설치되게 되는데, 그 경우 총비용은 연간 4,122,017,922원 (월간 343,501,493원)이 된다. 그 계산은 다음과 같다.

*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비 : 연간 743,057,922원

* 인건비 1인당 300만원 기준 : 연간 3,378,960,000원

(※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1인당 급여를 300만원으로 잡음. 여기에 사회보험료 40만5천원, 퇴직급여 30만원을 합산해야 함. 그럴 경우, 1인당 인건비 합계는 3,705,000원이 된다. 따라서 금속법률원의 총인건비는 3,705,000원×76명×12개월 = 3,378,960,000원이 된다.)

금속노조의 주요 수입원인 조합비는 2020년의 경우, 약 549억 원(54,912,799,000원)이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41억 원이면 전체 조합비의 대략 7.5%가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해 쓰여 지는 셈이다.

이것은, 금속노조가 매년 적립하는 3대 투쟁기금 - 장기투쟁대책기금(4%), 투쟁기금(4%), 쟁의적립금(3%) - 을 모두 합한 것의 68%에 해당한다.

또 2021년 처음 신설된 미조직기금(2%)의 3배가 넘는 액수이다.

또한, 금속노조 본조가 2020년 ‘미조직전략사업’에 책정한 예산이 겨우 2억여 원(240,153,000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무려 그 10배가 넘는 재정을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해 투여하고 있는 셈이다. 금속노조의 지나친 법정투쟁 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나름의 복안이 있다. 다름 아닌 조합비를 더 걷겠다는 것이다. 법률원 월간 소요비용 3억4천만 원을 금속노조 18만 조합원으로 나누면 대략 1인당 월평균 1,908원이 나온다.

따라서 월 2,000원 씩만 더 걷어도 해결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속노조는 통상임금의 1%(약 2만~3만원)을 조합비로 걷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10%정도 조합비를 인상할 만큼 ‘법률자문’이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언급할 일이 있다.

요즘 소위 '노동조합 법률 자문변호사'란 간판을 내건 사람들이 노동관련 소송을 다루는 태도다. 그들이 옛날과는 달리 노동관련 법률자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예컨대 얼마 전 현대차 내 현장신문인 <노동자함성>에 “금속법률원 울산사무소는 성공보수 조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내용은 민주노총(금속)법률원 울산사무소 자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여는’의 A변호사가 지나치게 높은 수임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건은 현대차 2010년 불법파견 관련 소송자들 중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추가 체불임금 소송’과 관련된다. 그는 각 개인별로 “착수보수금 110만원, 성공보수 8.8%”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수차례 진행된 체불임금 추가소송을 성공보수 3.3%로 계약했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8.8%로 책정”했다며 반발했다.(<노동자함성>,2021년 9월 28일자)

이에 앞서 2021. 6. 10 대법원에서는 현대차 불법파견 소송 조합원들에 대한 법무법인 ‘대안’의 성공보수 청구와 관련한 판결이 있었다.

‘대안’ 역시 오랫동안 현대자동차지부와 금속노조 본조의 법률 자문을 맡은 경력을 갖고 있다. 대법원은 “성공보수 조항 중 승소금액의 3.3% 로 약정된 성공보수액은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노동자함성>,2021년6월22일자) 이렇듯 대법원은 ‘대안’ 측이 주장한 “1심 승소금액의 3.3% 성공보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명색이 민주노총(금속) 법률원 울산사무소 변호사란 사람이 터무니없이 ‘성공보수 8.8%’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누가 보아도 억지이다.

위의 법률사무소 ‘대안’ 역시 소송 당시 노조의 법률 자문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 당사자들을 상대로 성공보수 청구를 무려 6년 간 이나 이어갔다.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그들의 끈질긴 ‘노력’이 참으로 돋보이는 장면이다.

물론, 노동 변호사들 중에는 진심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 편에 서겠다는 양심적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노동조합 법률자문 변호사들이 노골적으로 ‘장사 속’을 내비치고 있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그들에 의지해서 막대한 조합비를 투자한 대가로 과연 얼마만큼 조합원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속)

[본문 주석]

1) 위의 자료 참고. 법률기금의 여유분 발생 시 적립 혹은 필요인력 충원하겠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