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의 조건 : 1회용기 대 다회용기의 사례

이승무l승인2022.09.23l수정2022.10.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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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어제는 서울 양재역 인근 엘타워에서 “다회용기사업 지속성장 협업모델 포럼”이 있었습니다. 

음식물 배달 등에 사용되고 폐기되는 1회 용기의 범람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플라스틱 오염이 늘어나고 폐기물 처리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1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실천 노력들, 새로운 방법들을 여러 지역에서 가지고 나와서 서로 발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물품이나 포장용기가 사용된 후에 이를 분쇄하고 다시 녹여서 재생원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물질순환 또는 자원순환 이전에 사회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건이나 포장용기를 버리지 않고 순환시킬 수 있도록 하는 순환체계는 도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순환 사회의 모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햇볕과 바람과 물의 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원활한 교통, 물류, 세심한 관리가 잘 조화를 이루어서 다회용 용기를 계속 순환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내고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도시의 상수도는 정화된 물로서 과거에는 음용수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정수기 사업, 지하수를 퍼 올려서 1회용 플라스틱 병에 물을 담아서 파는 사업이 크게 성장하여 이제는 수돗물 사용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생수병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수돗물을 불신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994년에는 생수병 사용금지 법령이 폐지되면서 생수 사업이 커 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음용수로서의 수돗물에 대한 기피와 불신은, 사실은 수질이 좋지 않아서 특정 지대의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외국에서 문화적으로 유입된 측면이 강하며, 국내 언론에서 간혹 수돗물에 대한 신뢰성을 허물어지게 하는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음용수로서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생수가 상용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조장되어 혹은 사고에 의해 불신이 커지면서 하천을 중심으로 한 먹는 물 순환 체계가 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식수나 음식물 순환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 안전에 관련된 신뢰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신뢰가 한번 허물어지면 그 후에 여러 가지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원상회복이 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음식물 배달의 다회용기 사용 체계에서도 이용한 용기들이 청결하고 신속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생활환경 인근에서 방치되어 악취를 풍기거나 미관을 해치는 일이 자주 보이게 되면, 다회용기 순환 체계는 불결한 것으로 인식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다회용기를 소비자가 이용한 후에는 빠른 시간 내에 회수 인력이 와서 회수를 해 가거나, 생활환경 인근에 용기 자동회수기를 설치하고 이를 청결하게 고장 없이 관리하는 물적 인적 인프라를 설치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고, 다회용기 순환의 모든 단계에서의 청결 유지 등 품질관리체계가 잘 작동해야 소비자들이 신뢰성을 가지고서 1회 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전제 위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한 배달과 회수의 경제성을 높이는 비용 측면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고, 용기 회수에서 더 효율적이고 소비자들의 협조를 잘 받아서 회수율을 높이고 분실율, 파손율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전략적으로 경제성, 회수 효율 등을 높이는 것은 다회용기 순환 체계의 위생, 청결 측면의 소비자 신뢰성을 확보하는 과제가 달성된 후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지역과 여러 사회적 기업 등 다회용기 순환 체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회용기 순환 체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는 다회용기 사용 과정에서의 부실한 관리나 불결하고 악취가 나는 데 따른 민원이 발생하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에 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정부 부처인 환경부나 보건 복지부, 그리고 각급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회용기 순환 사용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장치들과 인프라의 설치, 공공 차원의 인력 배치 등 지원을 해 주면서 1회용기에 비한 다회용기 사용의 긍정적 측면들을 소비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배달앱을 통한 음식물 구입 알선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이용한 배달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는 관련 법령도 필요합니다.

2021년 12월에 관련 법령이 발의되었으나 아직 계류 중입니다.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I2G1C1M1S3S0M1B8W1U3X3Y1V3N9M1&ageFrom=21&ageTo=21

정부 자체가 사업 시작부터 경제성을 앞세우고 시장경쟁 원리를 강조한다면 1회 용기를 이용한 배달이 다회용기 사용을 언제나 압도하고 몰아낼 수밖에 없는데, 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이미 대기업이 된 배달앱 사업자들의 반발을 걱정하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인위적이라 할 불신을 조장하여 편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1회 용기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사업 전략은 모든 생명체들의 공동 재산인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고 돌고 돌아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추세로 정당화되고 사회에 대한 불신과 개인 건강은 개인이 스스로 책임진다는 생각이 당연시된 것이 지금과 같은 1회용품의 범람을 불러왔으며, 이 상황에서 다시 신뢰성 있는 사회적 용기 순환 체계를 구상하고 노력하는 것은 민간인들이 나서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추세에 저항하면서 시민들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상당 기간 많은 노력을 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 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순환 사회, 순환 경제의 기초를 놓는 일이 지금의 경제 관행과 추세에 저항하는 일임을 이 사례가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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