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움과 다양성의 가치

▲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운영위원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 주는 지표는, 생물 종 다양성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권역들에서 어느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한지를 하천의 수중생태계를 기준으로 본 다음과 같은 통계가 있다.

이것을 보면,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섬진강권역과 영산강 권역의 생태환경에 생물 종 다양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 지역은 호남정맥을 분기점으로 동부와 서부가 각각 섬진강 권역과 영산강 권역으로 나누어진다.

광주, 나주, 목포와 같은 큰 도시들은 대체로 서부에 위치하고, 섬진강 권역에 해당하는 곡성, 구례, 순천, 광양, 보성 등의 동쪽 지역은 지리산 자락의 지역으로 산간지대 쪽이다.

이 지역은 서쪽에 비하여 인구가 절반도 되지 않고, 논밭의 면적은 서쪽 지역보다 오히려 넓다. 당연히 낙후된 지역으로 생각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 출처 : 2019년 하천유역조사 통계분석 보고서, 한강홍수통제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다에 접해 있는 넓은 평야지대와 하천의 하구 지역이 제조업과 상공업의 입지로서 산간지역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서해와 남해는 영산강 남해 권역, 섬진강 남해 권역, 영산강 서해권역 등으로 영산강 권역이나 섬진강 권역과는 별개의 권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런 지역들은 거대한 제철산업이나 석유화학산업단지가 들어선 곳으로서, 한국의 고도성장과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전형적인 산업단지들이다.

하지만, 하천의 수질은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섬진강 쪽이 영산강에 비해 우수하다. 산업경제가 덜 발달하고, 인구가 많지 않은 조건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다.

▲ 그림 : 섬진강 권역과 영산강 권역의 수질등급비교

현재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으로 볼 때, 전남 서부의 영산강 권역과 남해의 공업단지가 그 지역 전체의 경제의 버팀목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가능성 측면에서는 달리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다음과 같은 통계도 있는데, 남해의 공업단지 지역을 제외하고 제조업 종사자의 1인당 소득수준이 영산강 권역이 당연히 섬진강 권역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통계상으로는 과거에는 그랬으나 2005년경부터 역전이 된 것으로 나타난다.

▲ 그림 : 섬진강 권역과 영산강 권역 제조업 종사자의 1인당 급여(백만 원)

그 상세한 내막을 잘 알 수는 없지만, 여수, 광양 등의 대형 공업단지와 가까운 지역이라 이에 부수되는 파생적인 제조업체들이 많이 분포해서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섬진강 권역은 산간지역에 가깝고 영산강 권역보다 생태계가 더 다양하며, 제조업과 농림 부문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입지상의 불리함 대신에 쾌적한 자연환경의 혜택이 있고, 앞으로 많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구를 유치할 수 있는 권역으로 여겨진다.

전남의 옛 도청소재지인 광주광역시 내에서도 지역적인 편차가 있어서 동쪽은 녹지가 많고, 서쪽은 공업과 농업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의 큰 도시들 중에 울산이나 포항 같은 공업도시들은 산업 정책적으로 육성이 되어 소득수준이 높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성은 별로 없다.

이에 비하여, 광주는 전통적인 농업 지대의 중심 도시로서 나주 등과 함께 상당한 역사성과 문화를 담고 있다.

이런 측면을 잘 살리면서 생태적 다양성과 쾌적한 녹지 환경의 보전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전남 동부 지역과 연계하여 지역 생명자원을 활용하는 지식산업과 유기 농업 등의 발달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 고학력 인구를 끌어들여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주로 동남부 해안지대에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경제발전을 해 와서 산간지대가 가지는 다양한 생태계와 문화의 중요성을 등한시해 왔다.

그러한 중화학 공업 제품인 산업 중간재들은, 자원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로 더 생산량을 확대하는 투자를 하는 것이 별로 장래성이 없는 제품들이다.

지역의 자연생태계의 장점을 잘 보전하면서 활용하는 지역발전 모델을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의 유출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노년층이 농촌을 지키고 고학력자들은 수도권 도시들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이미 오래 진행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남부지역은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서도 해양과 대륙의 문화가 만나는 지점으로서, 상당히 문화적 역사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잠재해 있는 지역이라서 많은 우수한 인구들을 끌어들일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쪽으로 눈을 돌리려면, 전기 에너지의 대량 공급으로 유지되는 대도시 환경의 신기루에서 벗어나서 생태환경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생활환경의 건강이 인간의 건강과 창의력에 직결되며, 건강한 생활환경은 안락한 도시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이다.

지역 내의 자연 순환 시스템을 중심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미래의 경제 모델을 자연적인 순환 구조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