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눈앞의 희극은 박근혜 혼자서의 작품이 아니다

양준호l승인2016.11.28l수정2016.11.28 14:5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양준호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은 두 번 나타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칼 맑스가 프랑스혁명사를 정치학적으로 다룬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라는 그의 저작에서, 변증법론자 헤겔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덧붙인 명언 중 명언이다. 맑스는 이 문구를 구사함으로써, 프랑스혁명의 과정에서 나타난 '삼촌' 나폴레옹의 반동적 쿠데타가 '조카'에 의해 반복되는 모습을 이른바 '소극(笑劇)'으로 희화화해낼 수 있었다.

비극이 반복되면 희극이 된다는 것. 추악하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던, 흘러간 유신독재의 망령이 저 고조선과 같은 신정국가(神政國家, theocracy)를 세우려 했던 '박근혜-최순실' 정권에 의해 부활한 것 역시, 비극을 넘어선 희대의 희극이다. 게다가 '비아그라'와 '팔팔정'까지 다 튀어나오는, 이 희극은 관객의 무료함까지 달래며 공연되는 경쟁력(?)까지 갖춘 소극이다.

그러나, 프랑스혁명사가 그랬듯, 희극은 주인공 혼자서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극의 역사를 부활시킨 건 박근혜 혼자만이 아니다. '제사장' 최순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김기춘, 우병우, 안종범, 이정현 따위와 같은 그의 추종자들은 물론이고, 반민주주의 독재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거나, 그 역사를 아예 그리워했거나, 나아가 비극의 부활을 막지 못한 군상들 모두가 사실 희극의 출연자들이다. 지금도 뻘짓이나 해대는 야당 역시 물론이다.

맑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그 탁월한 통찰로 바라본 19세기 중엽의 프랑스 역사는 지금 우리 눈앞의 '비아그라 헬조선'과 너무나 닮아 있다. 삼촌의 이름을 걸고 집권한 다음 쿠데타로 황제가 되었던 루이 보나파르트와 유례 없는 독재자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집권에 성공했던 박근혜는 쌍둥이에 가까울 정도로 닮은꼴이다.

보나파르트가, 경제적으로 지극히 궁핍했던, 허나 프랑스 내부에서 독자적인 계급으로 발전하지 못 했던 소농민들의 지지로 집권했던 것처럼, 박근혜 역시 자본가 계급은 물론이거와 계급의식은커녕 흘러간 유신체제를 흠모하는 노동자, 농민, 영세업자와 같은 이른바 서민 대중의 '역설적인' 지지로 집권하였다.

해서, 지금 우리 눈앞의 희극은 바로 '공동 연출'의 소산이지, 박근혜 혼자서의 작품이 아니다.

권력을 장악한 루이 보나파르트는 자신을 지지해준 영세 분할지 농민들의 요청을 배신하고, 공화정의 가면 뒤에 숨어 '희극적'이게도 황제의 길을 걸었다. 20세기에 대다수 민중을 탄압했던 '아버지 대통령'의 그 '비극적인' 길을 따라 21세기에 와서도 '잘 살아 보세'를 외쳤던 '딸 대통령'의 '희극적인' 집권처럼 말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눈앞엔 희극을 넘어 그야말로 유치하고 아둔한 삼류 코미디극이 상영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시공을 초월한 '희극'과 '비극'의 반복은 계급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우리 대다수 민중의 '무능력'이 불러온 것임을 인정하자. 계급적으로 조직되는 것의 방법론의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대중이 계급의식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계급적 이익과는 정 반대의 정치 선택을 계속하는 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정작 선거에선 재벌, 부자 편을 드는 제도권 정당에 표를 던지는 한, '광장의' 저 대중은 루이 보나파르트에 의해 농락당했던 19세기 프랑스 소농민의 처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양준호  junho@inu.ac.kr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405-806)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인로 611간석오피앙 1차 202호  |  대표전화 : 032-424-7112  |  팩스 : 032-429-6040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  청소년보호 책임자 :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9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