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김봉균(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l승인2016.12.16l수정2016.12.16 19:4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동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 나약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요. 둥지에서 벗어나 처음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 몸을 던지는 것 역시, 꼭 필요하고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새끼 동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류의 경우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막 세상의 품으로 향하는 '이소'의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갓 이소한 황조롱이 새끼의 모습. 앉아있는 장소의 선택이나 움직임이 꽤나 어색한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서서히 도태되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어떠한 행위나 간섭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이상, 그냥 모른 척 지나가자니 윤리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되죠. 그런 경우 대부분의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 주시고 있습니다.

오늘 신고 받은 황조롱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였습니다. 아직은 이소하기에 약간 이른 감이 있었는지 둥지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신고자는 주변에 머무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황조롱이의 안전을 확보한 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약 10여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까치의 둥지 내에 번식한 황조롱이 가족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발견한 황조롱이는 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 오늘의 미션은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를 저~ 위에 올려주는 것 입니다.

둥지에서 이탈한 조류의 경우, 다시 본래의 둥지로 올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과연 어떤 경우가 그러할까요?

첫 번째, 떨어지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상처를 입었다던가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다리나 날개 등이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혈흔 등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둥지에서 추락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진 황조롱이. 이런 경우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 번째, 떨어질 당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등으로 쇠약해진 경우입니다.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힘없이 서있고, 공격성·경계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도에 따라 둥지에 올려주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 둥지에서 떨어진 후 꽤 시간이 흘러 기아, 탈진 상태에 놓인 황조롱이 입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수액, 먹이급여 등을 통한 영양공급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서툴기는 하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기력이 좋아 정상적으로 이소하는 과정이라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어미까지 관찰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없겠지요. 이러한 경우 굳이 둥지까지 올려주지 않아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나 나무 위에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새끼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최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 둥지에서 떨어진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이 친구야 조심 좀 하지!

이번 개체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다시 둥지로 올려준다면 약간 더 시간이 지난 후 정상적으로 이소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개체로 판단되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둥지로 올려주기로 결정되었죠. 허나 둥지의 높이가 사다리를 이용해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나무에 돋아난 가지의 두께가 얇아서 밟고 올라서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무 옆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보니 둥지가 거의 5~6m 떨어진 수평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가기 보다는 이 곳에서 도구를 이용해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요.

▲ 나무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둥지가 보이시나요? 황조롱이는 이렇게 까치의 둥지를 이용해 번식을 하곤 합니다.

긴 막대기에 새를 담아 둥지 까지 뻗어주면 스스로 둥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하에 막대기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가 완성되었습니다.

▲ 건물 옥상에서 뻗어 황조롱이의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를 제작했습니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황조롱이 둥지 복귀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영상 내용임)

결국, 황조롱이는 무탈하게 둥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그 상황을 외면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생명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고, 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셨던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새끼 황조롱이에게 처한 삶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입니다. 그래도 오늘의 위기를 계단삼아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 저 하늘 위에서 멋진 정지비행을 선보이는 야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1)
▲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2)

* 이 기사는 2016년 6월 21일 작성된 것 입니다.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홈페이지 => http://cnwarc.wixsite.com/main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

http://cnwarc.blogspot.kr/2016/06/blog-post_21.html

김봉균(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brownlabel@naver.com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405-806)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인로 611간석오피앙 1차 202호  |  대표전화 : 032-424-7112  |  팩스 : 032-429-6040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  청소년보호 책임자 :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8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