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의 허구와 경제변혁의 기회

OECD, 소득격차가 커지면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l승인2016.12.26l수정2016.12.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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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준호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

국제 시민단체도 아니다. 노동자 단체도 아니다. 다름 아닌 세계 자본주의의 수호신 중 하나인 OECD가 2년 전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소득불평등은 경제성장의 적’이다.

놀랍다. 미국과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해온 OECD가 ‘지금 주요국의 소득불평등 현상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실증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OECD는 이 보고서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그 성장의 혜택이 자동적으로 전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흘러들어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노골적으로 부정했다. 즉,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그 과실은 서민층에게 돌아가지 않고, 부유층만 독점할 뿐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접하며 놀랍기도 했고 또 걱정스럽기도 했다. 지금까지 진보적 문제의식을 가진 비주류경제학자들이 주장해온 이 명제와 정책을 보수적 국제기구가 전면적으로 강조하고 나온 것을 보며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또 이를 뒤집어 말하면, 미국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각국에 주입하는데 혈안이 돼있던 OECD가 기존 경제운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은, 지금 세계 각국의 소득불평등 양상이 통제 불가능한 정도로 심화돼 현 시장경제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OECD 가맹국들의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소득격차가 과거 어느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심화됐고,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이 하위 10% 빈곤층의 약 10배에 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OECD는 아예 “소득격차가 커지면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를 공평하게 만들어 결국 경제는 탄탄해진다”고까지 제언했다. 이 얼마나 통렬한 지적인가.

그렇다면 이에 대해, 그간 ‘낙수효과’ 운운하며 소득불평등 심화는 경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매우 도도하게 주장해왔고 또 ‘소득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꺼내면 빨갱이로 몰아붙여온 주류경제학자들, 친대기업적 정책당국자들, 그리고 이 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통합진보당에 해댄 것처럼 OECD도 강제로 해산해야한다고 주장할 텐가.

또 보고서는 각국 정부에 ‘하위 40%에 속하는 저소득층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특히 교육과 의료 영역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보다 확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 가장 큰 인구비율을 갖는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것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 의한 매우 큰 규모의 소비지출을 유도해 결국 기업은 이에 반응해 생산도, 투자도 늘리면서 경제가 안정화되는 것과 연결된다.

OECD가 지적하듯이, 지금 우리나라 역시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전형적인 국가이다. 경제발전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때가 왔다.

소득불평등은 경제성장의 당연한 귀결로 치부하는 이 낡은 경제패러다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때가 왔다. ‘대기업만 이익을 내면 임금이 올라가고 고용도 늘어난다’는 그 진부한 경제논리를 이제 걷어찰 수 있는 때가 왔다. 비단 비판적 경제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광장'이야 말로,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junho@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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