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생활재활교사 9명 폭력혐의 입건

관리와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는 폭력... 구조적 한계 드러난 사건 강창대l승인2015.04.17l수정2019.01.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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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 해바라기 이용인의 의문사 사건은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의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장애인 및 복지 정책이 갖고 있는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사고의 발생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다. <개미뉴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설 중심의 장애인 및 복지정책에 대해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문제의 실상을 밝히고 바람직한 정책수립을 위한 제언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편집자 주)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A씨(27세, 지적장애 1급)의 의문사를 수사해온 중부경찰서(서장 조은수)는 지난 4월 13일 ‘인천경찰청 브리핑’을 통해 해당 시설의 생활재활교사인 B씨(24세)를 포함해 9명의 전․현직 생활재활교사를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시설 내에 설치된 35일치의 CCTV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A 씨는 B씨를 비롯해 6명의 교사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A씨 이외의 시설장애인들에게도 상습적인 폭행을 저질러 왔다. CCTV에는 A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던 작년 12월 25일에도 B씨가 A씨를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의 수사로 시설 내의 상습적인 폭행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A씨의 죽음과 폭행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 지난 2월 2일 광화문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장애인거주시설 지적장애인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및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책위의 장종인 집행위원장이 A씨의 상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씨는 2014년 12월 25일 온 몸에 피멍이 든 채 의식불명에 빠져 병원으로 실려 왔다. 입원 당시 A씨의  몸 곳곳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시설 측은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 피멍이 선명했던 A씨의 우측 눈두덩과 가슴, 복부, 겨드랑이 아래, 허벅지 안쪽 등의 부위는 넘어져서 상처가 생기기 어려운 위치였다. 이렇게 의외의 부위에 난 상처에 대해 시설 측은 A씨가 병원에 입원하기 닷새 전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진 상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막하 출혈’ 등을 닷새 동안 치료한 기록이 없었던 점 등은 오히려 시설이 진실을 감추고 있거나 다친 A씨를 방치해왔다는 정황을 의심케 한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타박상과 찢어진 상처 때문에 시설 인근의 병원에서 4차례나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가족에게 이러한 사실이 통보된 적이 없었다. A씨에게 자주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시설은 가족과 상의해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가족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었던 이유가 시설 측에 있었을 것이다.

결국, A씨는 병원에 실려 온 그날부터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2015년 1월 28일 오전에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유가족과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은 A씨의 죽음을 의문사로 규정하고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이하 대책위)를 꾸렸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4월 17일 현재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80일째 장례투쟁을 이어어고 있다. 

상습적인 폭행과 시설장애인의 죽음

대책위에 따르면, A씨 이외 폭행에 의한 사망사고가 작년 10월에도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적장애 1급에 34살이었던 C씨는 당초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부러진 갈비뼈와 폐기흉 등을 의심한 병원 측의 신고로 C씨의 죽음이 단순한 심장마비가 아니라 시설교사에 의한 과실치사로 밝혀졌다. 자위행위를 하는 C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담당교사가 C씨의 가슴 위에 올라타 갈비뼈가 부러졌고, 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폐기흉과 심장마비로 C씨는 사망하고 말았다. 가해교사는 현재 과실치사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폭행과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시설 내의 일상화된 폭행을 짐작케 한다. 즉, 이미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시설 측은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책위는 A씨가 “다수의 생활재활교사로부터 폭행당해왔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교사들은 “시설 이용인을 관리하고 훈육하기 위해 물리적 폭력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하며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불가피한 폭력은 있을 수 없다”며 시설 교사들의 행동을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또, 대책위는 “재활교사에 의한 물리적 통제와 폭행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해온 시설의 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시설운영의 책임이 있는 시설장과 이사장, 시설법인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일상적 폭행이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잇다. 즉, 장애인거주시설은 보호라는 명분으로 중증장애인을 사회와 분리하여 배재시킴으로써 폭행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옹진군과 인천시를 향해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와 함께 시설 이용인들이 탈시설과 자립생활로 전환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더불어 보건복지부에 “장애인거주시설 중심 장애인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국가차원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수립하여 자립생활 중심 장애인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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