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된다. 오는 7월 7일은 그 첫 주인공을 추첨하는 날이다. 

현재 국내의 기본소득 실험사례로는 <한겨레 21>이 카카오스토리 펀딩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 많이 알려진 편이다. 이 외에 현재 기본소득실험이 진행 중인 곳은, 대전과 남원 산내면 등이다. 

기본소득은 국민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공짜로 돈을 주면, 모두가 배짱이가 되어서 이 사회가 유지되겠냐는 비난이 있지만, 막상 그 취지를 들어보면 우려가 기대로 바뀐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치 있는 일을 한다.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처럼 급여를 받지 않느냐, 봉급생활자처럼 급여를 받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예술가들처럼 가치 있는 일을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이 사회가 그만큼 풍족해질 것이다. 

활자나 수학같은 인류 공통의 문화나 지식, 또는 천연자원처럼 애초에 인류 모두의 것이었던 공동자원으로부터 생기는 경제적 이득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배당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구성원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공짜 돈을 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우려에 불과하다. 최소한도의 기본적인 생활로만 만족할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른 사람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 뿐 아니라 일 자체를 통해서 공동체로부터 인정받는 것도 사람의 일생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건설하는 것 뿐 아니라, 일자리가 점점 희소해지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으로 최소한도의 생활이 보장되면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본소득은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춘천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는 1차로 360만 원을 모금해서, 추첨을 통해 청년 등 2명에게 매월 30만 원의 강원상품권을 6개월 동안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춘천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면, 기본소득 기금으로 1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현재 1차 목표치인 360만 원에 거의 도달했으며,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참가자 접수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참가자 전원은 자동으로 기본소득 수령자격을 얻게 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추첨권을 포기할 수 있다. 단, 참가자격은 춘천시민이거나 춘천에서 직장이나 학교를 다녀야 하고, 기본소득 수령자로 선정된 사람은 매월 1회 인터뷰에 응하거나, 관련 내용을 기고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고 난 후,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모니터링하자는 것이 이 실험의 목표다. 

춘천기본소득실험기획단은 춘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하는 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춘천 지역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고, 둘째는 춘천시나 강원도에서도 서울시나 성남시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실행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국내의서 기본소득 실험사례로는 <한겨레 21>, 대전, 남원 산내면, 전북기본소득네트워크 등이 있다. 

대전에서 진행되는 기본소득 실험은 20~30대 청년 8명으로 구성된 '띄어쓰기 프로젝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후원금 900만 원으로 3명에게 6개월 동안 매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2016년 12월부터 후원자와 지원자를 모집했고, 첫번째 대상자는 2월 12일 무작위 탁구공 뽑기로 정했다.

3월 11일에는 두번째 대상자를, 3월 25일에 세 번째 대상자를 선정했다. 참가 자격은 대전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되며, 매달 최저시급 6,470만 원 이상을 입금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터뷰만 하면 된다. 

지리산 자락인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대전과 다른 특징은, 청년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리산청년활력기금' 이라는 형태로 동네 주민들이 후원금을 모아서 1년간 지급한다는 점이다. 지리산 활력기금의 첫 주인공은 지난 해 12월 14일에, 두 번째는 올 해 2월에 제비뽑기로 선정했다. 실험에 참가한 후원자들은 이웃이 아니라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기본소득전북네트워크도 5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도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쉼표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강원지역에서는 춘천의 기본소득 실험 이외에도, 원주의 농민기본소득 추진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7월 7일이 강원 지역 기본소득 운동의 첫 발걸음이 되는 셈이다. 

이건수 reapg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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