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훈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전) 행동하는의사회 대표(의사) 전) 국경없는의사회 아르메니아, 레바논, 시에라리온 활동 전) 한국 최초 에볼라 구호 의사 전) 노동당 후쿠시마-히로시마 방문 푸른하늘공동행동 참가단 단장

지난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행사에서 저는 아래와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때문에 네덜란드에 머물 때, 여성 동료가 자기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여성 파트너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이성애자인 내 가족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Mom(엄마)과 Daddy(아빠) 대신 Mom이라고 불리는 두 사람이 있다는 차이를 빼면 말이다.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가족도, 이성애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발언을 마친 후, 성소수자 한 분께서 저에게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위원장님의 발언이 조금 불편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당황했습니다. 제 발언은 네덜란드 성소수자 가정에서 느낀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제 솔직한 감정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니......

그날의 일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한 동안 제 머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우연히 책을 읽다가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동성애 역시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성애를 일컬어 동성애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에게 동성애도 정상임을 설명하려고 이성애와 동성애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순간, 이성애는 아무런 검토나 증명 과정 없이 ‘정상’이 된다. 그래서, 동성애와 이성애의 유사함이 강조될수록 오히려 동성애자의 실체는 희미해지는 것이다……”(한국남성을 분석한다, 209쪽)

만약, 제가 처음 만난 성소수자 가족의 모습이, 편견 속에서 상상하던 그대로 '독특'했다면(혹은 '별났다면') 어땠을까요?

▲ 지난 7월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정상훈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분장한 모습(좌측)

지난 7월 15일 퀴어문화축제의 모습처럼, 그 커플이 '공공연하게' 자신의 몸과 함께 성적 욕망을 드러냈다면, 2015년의 제가 '그들의 사랑과 가족도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까요?

중요한 점은, 제가 어떻게 느끼든 그 네덜란드 동료의 사랑과 가족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같든 다르든, 여러 가지 사랑이 이미 '존재'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홍세화 노동당 고문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유대인이 독일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자주 자신이 독일인임을 자각합니까? 저는 매일 아침 유대인임을 깨닫습니다.”

‘다수자는 성찰 능력이 없다’는 고문님의 말씀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남성’이자 ‘이성애자’임을 자각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삽니다.

드랙퀸이 되고 나서야, 제가 왜 그러길 원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보낸 몇 시간의 그 매 초마다, 제가 드랙퀸임을 자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소수자임을 확인하도록 강요하는 시선 속 삶을 상상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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