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판대에 사람이 없어도 되는 이유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본... 세상은 더 투명해져야 강창대l승인2015.05.29l수정2015.06.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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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대 뉴스코디네이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 입구에 두어 달 전부터 무인가판대가 생겼다. 

무인가판대가 자리 잡은 길목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많이 지나 다닌다. 또,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주민들이 많다. 요즘처럼 금요예술무대나 토요상설무대 등 무료공연이 있는 날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무인가판대가 들어섰다. 왠지 불안하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덥석 집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짜 무인가판대가 아니겠지. 아마도 주변 상가에서 부업삼아 내놓고 감시하고 있지 않을까? 정말 돈을 내고 사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보자.’ 

그런데 이런 의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침과 저녁에 과자를 실은 트럭이 오가는 것으로 봐서 인근 상가에서 관리하는 가판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말 돈을 투입구에 넣고 과자를 가져갔다. 가끔 과자를 고르는 사람들이 가판대를 둘러싸기도 하지만 그냥 집어가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마침, 출근길에 가판대에 과자를 놓고 막 출발하려는 트럭을 발견하고 그리로 달려갔다.

“아저씨, 잠깐만요. 기자인데요,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마도 여러 번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렀기 때문일까? 기자를 바라보는 아저씨의 눈에는 불안한 기색이 느껴졌다. 

“무인판매를 하고 계신데 불안하지 않으세요, 그냥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돈을 안 내고 너무 많이 가져가면 속상하기는 하죠. 그래도 한 90% 가까운 사람들은 돈을 내고 가져가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게 과자를 구입하고 있었다. 과자를 그냥 가져가는 10%의 사람들에 대해, 무인가판대 운영자는 과자를 먹고 싶지만 돈이 없는 노숙자 등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약 10%정도의 손실률은 감안하고 시작한 일이라는 것.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만큼 인천시민들, 그 가운데서도 광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특별히 더 정직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손실을 입지 않고 무인가판대가 운영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가판대를 지켜주기도 해요. 아이들이 과자를 그냥 집어가려 하면 이를 지켜보던 어르신들이 그러지 못하게 하죠.”

사회구성원이 상호이익을 위해 협력과 조정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조직의 특성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에는 연결망이나 규범, 신뢰 등이 있다. 로버트 데이비드 퍼트남((Robert David Putnam)이라는 정치학자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사회적 참여에 의해 형성”된다고 했다.

무인가판대는 사회적 자본이 어떻게 우리의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만약,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가 없다면 무인가판대는 생길 수 없다. 그러면 하루 종일 가판대를 지키는 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그 만큼의 인건비가 추가돼 과자는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즉, 신뢰라는 사회적 특성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자본이 ‘사회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퍼트남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회적 참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가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오가는 행인들이 많은 길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가판대처럼. 그래서 투명한 행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투명한 행정을 위해 마련된 ‘정보공개’와 같은 제도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강창대  kangc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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