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업체 탠디(TANDY) 제화노동자들, 지난 4월 26일부터 본사 건물 3층에서 농성 중

▲ 아빠와 아빠 동료들에게 전할 음료수를 챙기는 딸 @이기철

▲ 아빠에게 전할 화환 @이기철

▲ 아빠에게 화환을 전하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제화노동자의 딸 @이기철

지난 5월 4일 어버이날이 되기 전에 아빠가 집으로 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던 탠디 제화노동자의 딸이 농성장으로 음료수와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 와서 아빠에게 전달했다.

그 아빠는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얘가 유라야~”하면서, 동지들에게 맘껏 자랑을 했다.

저녁 집회를 하면서, 그 딸은 자신이 쓴 편지를 낭독하면서, 결국 눈물을 쏟았다. 편지글을 들은 집회 참석자들도,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다음은 제화노동자인 아빠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 내용이다.

제화노동자인 아빠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

내가 늦게 알아서 너무너무 미안해

아빠가 집에 못 들어오고 본사건물에 갇혀 지낸지 벌써 9일째야

나는 파업이 빨리 끝날 줄 알았어.

그래서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했던거 같아......

아빠가 집에 못 들어 온지 이틀이 지나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 내가 늦게 알아서 너무너무 미안해.

파업한지 한 달이 지났네. 여태 한 번도 만나주지 않던 본사가 오늘 오전에 만나서 한 말이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직접고용은 고사하고 500원을 올려주겠다고? 500원,1000원 쉽게 깎으면서 겨우 500원을 올려준다고? 가죽 가방, 파우치는 공임비가 2만원이래. 근데 왜 구두는 6500원인걸까.

나는 아빠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sns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sns로 어떤 분이 영상제작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 영상도 만들어서 퍼트리고, 더 아빠들한테 도움되도록 노력할게!

아버지 지금까지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화이팅!!!

아빠! 그동안 정말 힘들게 돈 벌어서, 나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탠디 본사 전경 @이기철

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30분부터, 유명 수제화 업체 탠디(TANDY/ 회장 정기수)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 60여명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탠디 본사 건물 3층에서 정기수 회장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제화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탠디분회 소속이다.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8년간 동결되었던 공임비 인상 ▲작업이 어려운 구두를 만들 때 특수공임비 제공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차별 금지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의하면, “제화노동자들의 경력은 30년에서 50년에 이른다. 그러나, 노동력의 댓가는 저임금이다. 밑창을 만드는 ‘저부’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구두 한 족당 저가제품은 6,500원, 고가제품은 7,000원을 받는다. 신발의 윗부분을 제작하는 ‘갑피’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한 족당 저가제품은 5,300원, 고가제품은 6,300원을 받는다. 2011년 이후 8년간 동결된 액수다. 작업이 까다로운 신발을 만들 때 지급되던 특수공임비도 몇 년 전에 폐지됐다”고 한다.

이렇게 저임금을 주고 만들어진 구두는,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9만원에서 무려 270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 탠디 본사 건물 3층에서 농성 중인 제화노동자들의 모습

▲ 탠디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연대 대오 @이기철

“탠디 지시에 따라 일하고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사장인가?”

"사업자등록증 본적도 없어",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하라”

농성을 하고 있는 제화노동자들의 요구사항 중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가 있다.

탠디 사측의 강요로 지난 2000년에 사업자등록을 해서 ‘소사장’이 됐다. 이들은 IDK, 다빈치, BY, 아이콘, 대화기업 등 5개의 공장(하청업체)에서 일한다. 하청업체에 속해 있지만, 여기에 고용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흔한 말로 무늬만 사장인 것이다.

탠디의 주문서대로 탠디로부터 일감을 배정받아, 탠디의 신발만을 만든다. 정말, 사장이라면 일감이 적을 때는 다른 회사 제품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일일 지시사항을 비롯해 모든 게 본사(탠디)에서 지시가 내려온다고 한다.

이들은 노동자이면서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연차휴가도 없다. 일명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이들은 노동자이면서도, 탠디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억지로 사장이 된 것이다.

지난해 1월, 퇴직한 제화 노동자 9명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진행한 끝에 항소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이들의 고용형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다.

농성을 하고 있는 제화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가 되기 전인 2000년도 이전에는 탠디의 노동자들이었다. 매년 임금인상도 됐고, 퇴직금도 받았다고 한다. 댄디가 “명의만 빌려주면 퇴직금과 공임비 1천원을 인상해주겠다”고 제안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고 할 수 없이 응했다고 한다. 결국, 탠디 제화노동자들은 사측에 속아 4대 보험도, 퇴직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자로서 노동법관련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탠디 제화노동자들은 사업자등록이 돼 있긴한데, 본인들이 사업자등록증도 본적도 없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한다. 사업자등록증을 탠디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차별을 금지하라!”

농성을 하고 있는 제화노동자들의 요구사항 중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차별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있다.

성수기에는 하루 25개씩 구두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15시간에서 길게는 18시간씩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비수기엔 하루 12개가 들어와 수입이 확 줄어든다. 관리자에게 밉보이면 그마저도 주문을 못 받거나, 만들기 어려운 제품만 배정받게 된다고 한다.

월급제가 아니라 개수임금제이고, 노동자이면서 사장 아닌 사장이라서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제화노동자들의 요구대로, 직접고용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될 것이고,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특별법은 시급히 개선해서 이와 유사한 노동을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탠디분회 조합원인 제화노동자들은 정기수 탠디 회장이 교섭에 응하고,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 사태는 더 장기화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