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30분부터, 유명 수제화 업체 탠디(TANDY/ 회장 정기수)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 60여명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탠디 본사 건물 3층에서 정기수 회장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제화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탠디분회 소속이다.

▲ 탠디 본사 건물 3층에서 농성 중인 제화노동자들의 모습

교섭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8년간 동결되었던 공임비 인상 ▲작업이 어려운 구두를 만들 때 특수공임비 제공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차별 금지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의하면, “제화노동자들의 경력은 30년에서 50년에 이른다. 그러나, 노동력의 댓가는 저임금이다. 밑창을 만드는 ‘저부’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구두 한 족당 저가제품은 6,500원, 고가제품은 7,000원을 받는다. 신발의 윗부분을 제작하는 ‘갑피’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한 족당 저가제품은 5,300원, 고가제품은 6,300원을 받는다. 2011년 이후 8년간 동결된 액수다. 작업이 까다로운 신발을 만들 때 지급되던 특수공임비도 몇 년 전에 폐지됐다”고 한다.

이렇게 저임금을 주고 만들어진 구두는,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9만원에서 무려 270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농성장을 찾은 제화노동자의 아내가 마이크를 잡고 모든이에게 한마디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탠디 본사 전경 @이기철

<농성중인 탠디 제화노동자의 아내가 쓴 편지>

저는 저 안에 계신 분의 아내입니다.

저희 남편은 7살 때 부모를 여의고, 배가 고파서 초근목피로 배를 채워가며 길바닥을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이리저리 굴러 정착한 곳이 구두공장이었답니다.

신발을 만들기 위해, 기술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택했던 길이지만 그 시절엔 신발을 만드는 기술자로 가는 길이 그리 녹녹치 않았답니다. 선배님들이 그리 쉽게 기술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며, 모진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이 기술만 배우면 배는 골치 않겠다’ 싶은 심정으로 하나하나 배워서 기술자의 자부심으로 신발을 만들어 온지 어언 40년을 넘겨버렸습니다.

▲ 농성중인 댄디 제화노동자의 아내가 쓴 편지글을 읽고 있다.@이기철

이제 일 일과 한 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당신들, 한마디로 천직이라 생각하고 일 해왔던 당신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일입니까!?

어느 날 갑자기 식구들과 생이별을 하였습니다. 꼭 죽음으로서 이별하는게 생이별입니까? 얼굴은 카톡으로 보내져 오고, 남편 얼굴을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이 현실. 살아 있어도 얼굴조차 만질 수 없는 현실. 들어갈 때 얼굴보다 퉁퉁 부어진 얼굴을 보면서, 가족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참으로 이게 노동자이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참담합니다.

자!~ 소사장제 누가 만들었습니까?

노동자 당신들이 만들었습니까? 아니지요. 가진 자들의 한마디로 ‘횡포’, 가진 자들이 더 갖고 싶어서 만들어낸 꼼수 아닌가요?

한순간에 노동자들을 소사장제로 만들어 놓고, 이젠 이게 아니니 다시 노동자가 노동자로 돌려보내 달라는게 이렇게도 그렇게 힘든 것 입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탠디 회장님과 시민 여러분께, 장인이자 노동자의 아내로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회장님은 탠디라는 브랜드의 아버지가 아닙니까? 그럼 그 신발들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꼭 핏줄로 이어져야 자식입니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기업의 회장님! 이제 그만 두 팔과 가슴을 활짝 열고, 품어 안아주셔야 되지 않습니까? 어제 저녁 모 프로그램에서 그러대요, 금수저를 금으로 가득 채우면, 저승에선 그 금수저를 채운 것은 콩밥으로 채워진답니다.

대통령님은 청와대 게시판을 들여다보시나요?

탠디농성 32일째!

바빠서 보지 못 하신다구요. 하루에 한번 씩은 보셔야 되는거 아닙니까? 노동자가 노동자로 살고 싶어서, 노동자로 대접받고 싶어서 하는 농성입니다. 도와주십시오!~ 해결해주십시오!~

그리고, 용역분들을 배치시키신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분들이 싸움을 하자고 했습니까? 아니면, 손에 연장을 들었습니까? 이분들은 오직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신발 만드는 일뿐입니다. 좀 조금만, 2,000원만 인상해서 내 식구들한테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농성 중인데 용역분들 배치가 왠 말입니까?

관악경찰서 여러분들!~ 생각 좀 해보세요. 이게 옳은 일인지!

편지를 다 읽은 아내는 말했다.

저는 투쟁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여기 몇번 오다보니, 저도 투쟁을 외치게 되더라구요. 3번만 외칩시다!~ 투쟁! 투쟁! 투쟁!

그리고, 남편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힘차게 외쳤다.

"자!~ 이젠 구두업계에 전설이 되서 나오십시오~"

그 한마디에 모두가 우뢰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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