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홈페이지

노동자계급이 수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같은 대중적 조직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본과 권력은 과거처럼 정면의 압박만을 통해선 절대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없다. 반드시 내부적으로 기회주의세력의 협조를 얻어야만 한다.

1) ‘중앙파’ 우익기회주의 노선의 파산

앞서 금속노조의 무기력을 질타한 김기덕 변호사 역시 지금의 금속노조의 문제점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강조한다.

“…… 금속노조는 이 교섭과 투쟁을 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규약과 법은 금속노조가 이 교섭과 투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것을 위해, 즉 조합원의 권리 확보와 노동기본권 행사의 확보를 위해 전노협 이후 수많은 노조운동의 조직체를 해소하고 세워졌다. 그러니 금속노조에서 문제는 규약도, 법도 아니다. 자본과 권력의 탄압도, 조합원의 상태도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가 문제다.”(김기덕, “금속노조가 문제다”, 2011.9.20.)

오늘날 금속노조의 문제점을 찾다보면 자연히 처음의 건설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금속노조의 건설은 겉으로는 ‘산업적 단결’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그것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예컨대 금속산별 건설이 한창이던 2005~2006년 무렵 한국 최대의 단위사업장인 현대차에서는 마침 1만 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1차 불법파견 반대투쟁(이하 ‘불파투쟁’)이 폭발하였다.

만약, 진정으로 ‘산업적 단결’을 지향하는 산별건설이었다면 이 투쟁이야말로 그 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현장 동력을 끌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의 추진주체들은 이 같은 현장의 비정규직투쟁을 산별건설의 동력으로 삼기보다는 ‘회피’하고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은 투쟁이 없는 단순한 ‘교육 위주’의 산별 건설로 나타났다. 그 과정을 잠깐 소개하도록 하자.

그 당시 현대차노조는 12대 박유기 위원장(2006.1~2007.3)이 집권하던 시기였다.

이 집행부는 ‘민노회’(현 ‘금속연대’의 전신)라는 현장조직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었는데, 정파적으로는 ‘중앙파’ 계열에 속했다.

이들의 산별건설 논리는 조직형식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우리 같은 대규모 사업장이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전체 흐름을 만들어 산별노조라는 조직적 구심을 세운 다음에 다른 내용을 채우자. 내용 다 채우고 언제 하겠냐” 주석 1) 는 식이었다. 이 같은 ‘조직형식’을 앞세우는 논리에 대해서 현장의 비판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 하나를 소개하자.

“유럽식 산별의 성과만 집중적으로 선전을 했지요. 환상을 대단히 많이 줬어요. …지역 차원의 공투 내지는 전국 공투가 없는 조건 속에서 교육과 선전만으로 산별로 가려고 하면, 이거는 정말 문제가 심각한 거다. 분명히 후과가 나타난다.

당장 울산을 놓고 보더라도, 부품사와 원청이 함께하는 불공정 거래 척결 투쟁, 납품 단가 적정 보장, 이런 것을 둘러싼 지역의 실천투쟁 하나 배치하지 않고 교육만 해가지고 이렇게 돌파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거냐. 실천투쟁 속에서 조합원들은 훈련되어지는 것이다.

산별체계에 대해서 훈련되어지는 것이고 몸으로 느끼는 것인데, 그런 것 하나도 기획하지 않고 2006년 투쟁도 그렇고, 2005년 투쟁도 그렇고, 2003년 산별체 추진하면서 지역 공투다운 지역 공투 한 번도, 기획조차 추진하지 않았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조합원들이 기업별 의식을 벗겠느냐.”(<현자노조 20년사>, p440)

이 같은 현장의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시 산별노조 건설을 주도했던 중앙파 집행부는 투쟁보다는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위주로 한 산별건설 노선을 고집하였다.

하지만, 투쟁을 떠난 ‘교육’이라는 것은 사실상 산별만 건설되면 다른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될 것이라는 일종의 ‘홍보(광고)’이며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 그 같은 밋밋한 분위기 속에서 금속연맹 11만 명이 동시 총 투표를 실시하던 시기에 현대차노조 역시도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이루게 되었다.

2006.2.7 제1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산별추진위 구성 및 산별 추진 사업을 확정하였으며, 정책 ‧ 조직 ‧ 선전 ‧ 문화 ‧ 대협 ‧ 교육 등 기획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사업부와 본부별로 산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조합원들과의 소통 구조를 확보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대의원 간담회를 통해 결의를 모았고, 추진위원들이 조합원 교육에 나서면서 산별 전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2006년 6월 산별 전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조합원 43,758명, 투표자 39,966명 중 28,590명이 찬성하여, 71.5% 찬성으로 가결 기준인 찬성률 66.7%를 약간 넘겨 통과되었다.

현자노조는 다음해인 2007년 1월 제9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규약 ‧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15만 금속노조의 출범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이렇듯 한국 노동운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금속노조 탄생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는 막상 별로 높지 않았으며, 오히려 냉담하기까지 했다. 어떠한지 들어보자.

“…무작정 신뢰와 설득을 바탕으로 했던 거밖에 없어요. 산별노조 원리를 잘 알아서 찬성표를 찍은 게 아니라 한번 기회를 주겠다, 열심히 해보자. 기업별 노조 바꿔보자, 이랬던 거죠… 관리직하고는 같은 조직이 되어도 사내하청하고는 같은 조직 못하는, 대대(대의원대회-주) 결정이었죠.” (<현자노조 20년사>, p441)

현대차지부의 내부 규약에 따르면, 과장급 미만은 새로 전환하는 현대차지부의 조합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당시 열심히 불파투쟁을 전개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부 조합원 자격에서 배제되었다.

그것은 금속노조 규약인 ‘1사1노조 원칙’에 위배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산별 건설이 진짜 핵심 문제를 외면한 채 형식적으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0여 년간의 지난한 투쟁을 겪은 후인 2016년, 사측과의 ‘3.21 합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은 후라야 비로소 현대차지부의 조합원 신분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들 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도 정규직 노조(현대차지부)와 당시 불파투쟁에 앞장섰던 비정규직 활동가들에 대해 별로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그들은 사측이 베푼 ‘은덕’ 덕택에 정규직이 된 것으로 생각하며, 그 때문에 이들은 현대차 지부의 진정한 역량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산별조직이 건설된 지 어언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노동현장에서는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금속산업 225만 노동자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금속노조 18만 조합원 가운데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적 현실을 무시한 채 서구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사민주의 이론을 기계적으로 한국사회에 적용하려 했던 ‘중앙파’로 대표되는 우익 교조주의 노선의 파탄을 의미한다.

물론 다른 조직들도 공동 책임이 있긴 하다.

하지만 특히 중앙파가 이 같은 방식의 산별건설에 앞장섰기 때문에 그 주요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종속적 자본주의’와 재벌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사회에서 고전적 서구이론이 먹혀 들어갈 리 만무하다.

그간 민주노총이 몇 차례 정부와의 사회적 교섭을 시도하였지만, 그때마다 철저히 재벌 편을 드는 국가권력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것은 다 이유가 있다. 대량의 경제잉여가 해외로 유출되는 한국의 종속적 경제구조 속에서, 한국은 서구와 같은 ‘노사정 대화’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물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석 2)

문재인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1만원 최저임금제’ 정책이나, 그와 함께 추진된 ‘주40시간 노동제’가 사실상 무력화 된 이유도, 이 같은 종속적 한국 자본주의의 취약성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대량의 경제잉여가 해외로 유출되는 조건 속에서, 한국의 재벌체제로서는 저임금 ‧ 장시간 착취구조, 그리고 이를 위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정책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자본축적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당시 금속노조 추진 주체들은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였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지금도 금속노조 지도부와 일부 상층 활동가들은 전환기 자동차시대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하여 독일의 사례를 들먹이며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운운한다.

마치 정부를 설득해서 적극 중재에 나서게만 하면, 재벌과의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듯이 또 다시 대중들을 기만하려는 것이다.

2)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좌파 기회주의 - ‘(가칭)좌파활동가조직’

금속노조의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파헤치기 위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최근 전국적 활동가조직 건설 움직임과 관련한 것인데, ‘(가칭)좌파활동가조직’ 추진이 그것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민주노총 선거 시기에 ‘이영주 후보 선투본’으로 결집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었다. 변혁당, 금속노동자활동가모임(약칭 ‘금활모’), 노동전선 등 주로 과거 ‘현장파’로 분류됐던 사람들이 중심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오랜만에 획득한 ‘20% 득표율’에 고취된 듯 선거후에도 자진 해산하지 않고 세력 결집에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상당부분 긍정적인 내용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 <제안서>를 한 번 보도록 하자.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 제1노총 시대, 대중조직 운동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계급운동의 지평은 확장되지 못하고, 정치운동과 현장활동은 축소되거나 무기력에 허덕입니다.

노동해방을 외쳤던 87세대의 퇴장이 시작되었고, 젊은 조합원들은 ‘노동해방’보다 ‘공정’이라는 단어에 익숙합니다. 활동가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정세 속에서 이렇다 할 전망을 찾지 못하며, 고립분산 된 채 현장을 넓고 깊게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산업재편기가 도래하면서 플랫폼 노동자로 표현되는 새로운 불안정노동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비정규직 투쟁, 최저임금 투쟁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전선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좌파활동가들이 재결집하여 총 노동전선을 구축하고, 자본과 정권에 맞선 투쟁을 다시금 힘차게 일으켜 세웁시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한 고통전담에 맞서 전국적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앞장서서 조직합시다. ……노동시간 단축과 국유화 등 이윤이 아닌 노동중심의 일터를 현실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중략)” 주석 3)

위 취지에 입각하여 추진모임은 ‘5대 과제’를 사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①투쟁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연대사업 ②일상적인 지역연대 구축 ③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차원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엄호 ④대선투쟁에 대한 결합 ⑤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과 연동된 비정규직 투쟁의 설정이 그것이다.

이처럼 추진모임은 노동운동과 관련된 각종 연대투쟁을 자신의 사업내역으로 설정하고, 또 노동운동 내부 쟁점만이 아닌 정치적 지향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활발한 정치활동을 예고한다.

그들의 주장 속에는 지금처럼 급변하는 긴박한 정세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정도 밖에 내놓지 못하는 좌파 활동가들의 무기력감과 위기감이 담겨져 있다. 주석 4)

그런데 추진주체들은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할 전국조직에 대해서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좌파 대 우파’ 기준에 입각한 건설을 주장한다. 따라서 우선 그들이 말하는 좌파와 우파가 누구인지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제출한 문건 <좌파활동가조직 울산 순회간담회 - 동지, 함께 투쟁하고 함께 전진합시다!>의 “좌파활동가 조직 10문 10답” 중에는 “질문 1 : 좌파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있으며, 그에 관한 해답도 함께 나와 있다.

“첫째,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정립된 역사적 개념입니다. 96-97년 총파업 이후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하며 대정부 교섭과 타협을 중시하는 세력을 ‘국민파’라고 불렀고, 민주노총이나 산별연맹 등에서 주로 집행부를 장악하면서 상층중심의 노동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던 세력들을 ‘중앙파’라 합니다.

현장의 힘에 근거하여 비타협적 투쟁을 통해 현장권력을 쟁취하고자 했던 세력을 ‘현장파’라고 불렀는데, 소위 좌파를 ‘현장파’라고 통칭했던 것입니다…

둘째, 이념적 측면을 중심으로 정립된 개념이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의 변혁과 관련하여 민족해방을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세력을 우파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노동자 계급 중심의 계급해방 운동을 주요한 변혁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는 세력을 우리는 좌파로 부르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낡은 NL : PD 대립구도의 재현임을 알 수 있다. 소위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라는 구분도 그것과 관련된 것이다.

지금 시기 노동운동의 최대 현안이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의 실현이라고 할 때 이 같은 과제와 NL : PD 대립구도의 재현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스스로 ‘현장파’라고 자처하는 그들만이 비정규직문제 해결에 전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분파주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장파’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은 명칭에 걸맞지 않게 실상은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금속노조문제를 포함하여 한국 노동운동의 진정한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구태의연하게 NL : PD 대립구도의 재현을 들고 나온 점이 그것을 반영하는데, 여기서 부터가 지금 우리의 논의와 관련해서 중요한 부분이다.

필자는 앞서 현재 금속노조나 한국 노동운동의 문제점은 외부에 있기보다는 내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자본가계급은 일부 대공장 정규직에 대해선 얼마간의 물질적 양보를 통해 그들의 개량화를 추진하는 대신에, 나머지 대다수 비정규직과 중소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초과착취를 수행하는 ‘분할전략’을 채택한다.

여기서 기존 ‘민주파’라 불리는 대공장 정파조직들은 그 중간 ‘매개 고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금속노조 내에서 먼저 대공장 출신 노조간부들이 금속노조 상층 지도부를 장악하고, 자본은 다시 이들을 통해 자신의 ‘분할전략’을 관철시키는 구도이다.

자본의 이 같은 전략은 현 민주노총체계의 구조와 운영 기제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 노동운동의 구조를 보자면 총연맹인 민주노총은 산업 ‧ 업종연맹에 의존하며, 후자는 다시 소수 핵심 대기업 노조에 의존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한국노총 체계와 다른 점은, 자본과 권력이 과거에는 상급노조의 관료집단만 통제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기층의 핵심 대기업노조에 대한 통제 또한 필수적이다.

자본은 결국 밑으로는 핵심 대기업노조를 포섭하고, 위로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같은 상급조직을 통해서, 전체 한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관리를 실현하는 셈이다.

자본의 전략에 포섭된 세력이 금속노조의 지도부를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공장 출신 간부들은 자신이 기반 한 현장의 이해나 정서와 어긋나는 비정규직문제와 원-하청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설 리가 없게 된다.

오히려 그들은 상급조직인 금속노조가 ‘주제넘게’ 산별조직의 책임을 다한답시고 자신들의 현장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며 또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금속노조를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간의 ‘연대투쟁’으로 인해 대공장 내에서 자본과의 평화적 공존 내지 정규직 기득권의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한다는 뜻이다.

아래 <표 1>에서처럼 금속노조의 역대 위원장들이 하나 같이 현대차가 아니면 기아차 같은 대기업 정규직지부에서 배출되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금속노조의 무기력한 모습을 이해하는데 있어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 최대의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자본가계급의 전략 실현에 있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차지부는 자체 사내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바람직한 연대를 실현하지 못한 채, 오히려 상호 대립적인 관계만을 낳았다. 사실상 오늘날 전체 노동운동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왜곡된 관계의 성립은 현대차의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는 어용세력이 아닌 소위 ‘민주파’라고 하는 현장 정파조직들이 관여되어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민투위’는 두드러진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런 민투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전선’의 중심 회원조직이기도 하였으며, 노동전선은 또한 ‘좌파활동가조직’의 주요 추진주체 중 하나이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현대차 민투위 조직원인 이현수가 노동전선 공동대표를 맡았던 사실 주석 5) 에서 볼 수 있듯, 원래 현대차 민투위와 노동전선 양자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였다.

금년 들어 민투위가 공식적으로는 노동전선을 탈퇴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양자의 직간접적인 관계는 여전하다. 현대차 민투위 조직원들은 과거 ‘현장파’의 다른 잔존 그룹인 ‘금속활동가모임(약칭 ’금활모‘)’의 중심 성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존에 ‘현장파’라 불렸던 ‘노동자의 힘’ 조직은 현재 변혁당, 노동전선, 금활모, 공활모(공공운수활동가모임) 등 4개 집단으로 흩어져 있다.

이들 간에는 기본적인 노선 상의 일치, 그리고 과거 인맥관계로 인해 지금도 상호 긴밀한 연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 때문에 현대차 민투위는 여전히 금활모를 통해서 ‘좌파’(현장파) 집단 전체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금활모의 소집권자(사실상의 대표)가 현대차 민투위 조직원인 전규석(8기 금속노조위원장)인 사실이 그 점을 반영한다. (계속)

[본문 주석]   주석 1)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2009년, <현자노조 20년사>, p440. 주석 2) 아래 표는 한국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물적 기반의 취약성의 원인을 설명해 주는 좋은 실례이다. 외국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략 30~40%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본은 대부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우량주(소위 ‘블루칩’)에 집중되어 있기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수치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크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삼성‧ 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외국인 배당비율은 50% 안팎에 이른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재벌기업들이 애써 번 돈의 절반가량은 결국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그들을 받쳐주는 수많은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이 있듯이 그 성과의 대부분을 재벌총수와 국제독점자본이 챙겨간다는 의미다. 주석 3) 인용문은 (가칭) 좌파활동가조직 추진모임이 2021.8.25. 울산 순회간담회 시 제출한 <좌파활동가조직 울산 순회간담회― 동지, 함께 투쟁하고 함께 전진합시다!>에 근거하였다. 인용문 중 굵은 글씨를 통한 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주석 4) 울산 간담회 때 상황 보고를 맡은 이영주씨는 다른 지역 순회 간담회 사례를 들려주었다. 그중에는 “단위 현장 내의 문제는 우리들에게 맡겨두고 동지들은 전국적인 연대 틀을 만들어 달라”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주석 5) 공동대표: 김형계, 이현수. http://napo.jinbo.net/intro04.php.

 

▲ 저자 소개 김정호  박사(북경대 졸), 현재 울산에서 노동교육에 종사

 

* 위 주장에 대한 이견이나 다른 주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개미뉴스에 싣도록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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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