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투자하라!” 고대의료원지부 파업 7일차 총파업대회 진행

▲ 19일 현재 파업 7일차를 맞은 고대의료원지부가 병원 로비에서 총파업대회을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19일 현재 파업 7일차를 맞이한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가 고대안암병원과 재단본부에서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지부는 “증축, 신축에 이어 과천과 남양주에 병원 확장까지 예고하는 등 병원의 덩치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인력수준과 임금은 여전히 제자리”라며 “시설에만 투자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이 14일 5시를 기해 종료된 후, 각 현장들은 속속 타결하거나 의견접근을 이루었으나, 서울지역 중 유일하게 고대의료원만이 파업사업장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고대의료원은 2022년 의료수익 1조 4천 200억 원, 경상이익 1,590억 원을 달성하며 눈부신 수익을 냈으나, 직원들은 건물과 시설장비에 밀려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에 허덕이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인상율은 10년간 평균 2.72%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 증가하여 2011년 16.25% 수준에서 2022년 12월 기준으로 22.46%까지 늘어났으며, 현재 비정규직은 1,700여명에 달하고 있다.

19일 오전 11시 고대의료원 3개 병원(안암, 구로, 안산병원)에서 파업 중인 조합원 1천여 명은, 고대안암병원 로비에 모여 ▲환자안전을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과 중증질환에 맞는 숙련된 간호인력 및 보조인력 배치 ▲각 병원 증축과 리모델링에 따른 인력충원 ▲코로나19로 고생한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우 ▲전년도 의료원 이익에 맞는 적정소득분배 등을 요구하며 힘있게 총파업대회를 진행했으며 의료원과 재단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

▲ 송은옥 고대의료원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송은옥 고대의료원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은 “고대병원 증축으로 시설 정말 멋지게 지어놨다. 면적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시설팀 인력 증원 없었다. 영양팀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아직도 간호사 1명이 환자를 15명씩 보는 병동도 있다”며, 병원의 화려한 시설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조건을 꼬집으며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라. 오늘 우리의 투쟁을 보고도 의료원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21일 더 큰 투쟁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산별총파업 종료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하던 사업장 중 성가롤로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등 연이어 타결을 했다”고 알리면서 “병원이 커진 만큼, 노동자들도 만족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환자들도 안전하고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고대의료원은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합원들이 직접 나서 현장 증언 발언도 있었다.

2021년 지부의 20일간 파업으로 퇴사 직전 극적으로 정규직이 됐다고 밝힌 영상의학과 한 조합원은 “각 파트마다 많은 계약직 직원들이 얼굴과 이름을 채 익히기도 전에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에 따른 업무 공백과 추가 업무들은 모두 직원들이 떠안고 있다”면서 “고용 불안 없는 행복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 더불어 투명한 인사 채용 제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조합원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숙련도가 최상위 때쯤 퇴직하고, 새로운 비정규직이 들어오면 또 다시 트레이닝을 시키는 이 과정을 우리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고, 환자들도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 정규직, 비정규직, 환자 모두 고통을 받는 것”이라 증언했다.

구로병원 15년차 간호사 조합원은 “처음 고대병원에 입사했을 때, 간호사 2명이서 환자 36명을 봤었다. 인력부족에 시달리며 환자를 제대로 못 본 날이면, 퇴근하고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면서 “간호사의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당연히 처치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환자의 안전, 나아가 생명과 직결된다. 모두가 안전하게 간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안산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 조합원은 “간호의 꿈을 안고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다. 몸과 마음을 치료하여, 병원을 찾은 환자분들께 더 이상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 달라,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