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비공개처분은 행정감시 막기 위해서였나

[진단, 풀뿌리-인천남구 편(3)]안행부,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 심의회에서 박탈할 수 없어 강창대l승인2015.05.06l수정2017.02.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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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가 원칙
-행정 감시 주민에게 정보 비공개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
-피청구 대상이 청구인 심사하는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법원과 상급기관이 <NPO주민참여>(이하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인천 남구청(이하 남구)이 비공개 처분한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남구는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을 근거로 내세우며 처분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 

2013년 5월 29일에 열린 정보공개심의회의 ‘결과 통지’에는 주민참여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향후 2년간 비공개하는 이유가 적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정보공개심의회는 주민참여가 ▲공개정보를 오남용했고, ▲청구과정에서 직원에게 인격적 수모와 스트레스를 주었으며, ▲ 이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주민참여의 괴롭힘에 대한 심적 두려움으로 ‘심리학적 보고서 치료’까지 필요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 2013년 5월 29일에 열린 남구 정보공개심의회의 결과 통지서

오남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간 주민참여가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상은 주로 남구청 또는 의회 임원들의 업무추진비나 관용차 운행, 남구의 정책사업 또는 각종 행사 등과 관련된 회계문서가 주를 이룬다. 즉, 대부분 행정을 감시하기 위해 살필 수밖에 없는 문서인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주민참여는 남구의 관용차가 사적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나 남구청과 의회에서 업무추진비를 허투루 사용한 사실을 밝히는 등의 실적을 냈다. 또, 남구청장과 의회사무국장, 구의원 등의 잘못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찾아 환불하도록 조치한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 프로야구 선수가 근무지를 벗어나 민간 야구단 코치로 활동한 남구의 병역비리 사건은 행정 감시의 큰 성과로 평가된다. 주민참여의 이러한 활동 내역에서는 이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오남용하고 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주민참여는 공개정보를 오남용했나?

하지만 2013년 8월 22일에 남구가 인천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에서 “오남용”의 의미를 짐작케 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2013년 5월 31에 청구된 행정심판에 남구가 제출한 답변서). 남구는 해당 자료에서 “공개된 자료를 이용 꼬리 물기식 진정, 감사청구 및 지속적인 민원제기 등을 신청하여 업무가중 초래와 행정력 낭비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 남구가 정보공개심의회 결과(향후 2년간 비공개)를 근거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자 주민참여는 2013년 5월 31에 인천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남구의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같은 해 8월 22일에 남구는 「행정심판 답변서 및 입증자료」를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 입증자료로는 △신문 보도자료와 △주민참여가 정보공개 및 진정 등의 민원을 제기한 내역, △부서별 직원 피해사례, △주민참여에 대한 남구청 직원의 입장, △정보공개요청 거부에 동의한 직원들의 연명부 등이 첨부됐다.

그러나 해당 자료들을 모두 남구가 주장하는 “오남용”에 대한 입증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문보도의 경우 대부분 일방적인 입장만을 담고 있어 객관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몇몇 기사는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어 언론중재위로부터 정정보도 조정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주민참여의 활동 내역 등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오히려 활동의 건전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인용될 수 있어 남구 측 주장의 근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피해사례로 제시된 자료 역시 객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된 내용을 증거로 제출할 경우 캡처된 화면을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텍스트만 추출한 자료는 편집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구가 피해사례로 제출한 자료 역시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식의 자료들이었다. 그리고 ‘남구청 직원의 입장’이나 ‘연명부’ 또한 오남용에 대한 입증이라기보다는 남구청 직원의 입장을 피력한 자료에 불과하다.

입증자료로서 객관적인 형식을 갖춘 것은 ‘부서별 직원 피해사례’에 첨부된 두 건의  ‘심리학적 평가보고서’다. 자료는 제3자의 의견이 기술된 보고서의 사본이다. 보고서에는 ‘특정 민원인’으로 인해 피상담자(남구청 직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 언급돼 있다. 

하지만 ‘특정 민원인’을 주민참여로 추정하더라도 심리검사가 심의회의 주장대로 “(주민참여의)괴롭힘에 대한 심적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보고서에서 피상담자들은 ▲남편과의 관계, ▲시댁과의 관계, ▲직장 내 대인관계, ▲승진 적체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가운데 ‘특정 민원인’을 언급했다. 또, 심리검사를 받은 직원 83명 가운데 두 명의 사례만 입증자료로 채택된 점도 심리검사가 이루어진 배경에 의문을 갖게 한다.

청구과정에서 직원에게 인격적 수모를 주었다?

남구는 행정심판위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직원들이 주민참여로부터 인격적 수모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어떤 직원은 주민참여가 공무원의 소속과 직무를 물으며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녹취까지 하는 등 “마치 사법기관에 불려가 취조를 당하는 듯한 위압감”을 주었다고 했다. 또, 한 직원은 전화통화를 하던 중, 주민참여가 자신이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점점 흥분하여 큰 소리로 윽박질렀고, 이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자 직접 찾아와 “공무원과 민원인은 평등관계가 아니고, 공무원은 민원인의 아래”라며 고압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참여의 대표 최동길 씨는 남구와는 다른 주장을 했다.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남구청을 방문하면, 오히려 직원들이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쾅’ 소리가 나게 물건을 내려놓으며 고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최 씨는 「공무원 복무규정」을 언급하며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줄 것(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민원 과정에서 녹취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는 직원들의 기만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참여가 인터넷에 게시한 녹취파일에서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 관련 파일 듣기☞ http://youtu.be/FMEjmdur15w

▲ 남구를 취재하던 기자가 주민참여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주민참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이다. 2012년 초, 주민참여가 남구 부구청장 관용차의 부정운행과 운행일지 허위작성 등에 관해 진정민원을 내고 이 문제가 언론에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공무원 15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2012년 4월 19일, 주민참여는 남구를 취재하던 한 기자로부터 놀라운 메시지를 받았다. 기자는 휴대전화 문자로 “공무원들이... 선생보고 또라이, 칼 맞아 죽는다 하던데... 정말 그련(런) 거에요?”라고 보내왔다. 
※ 관련 기사 보기☞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3767

사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주었다?

남구는 주민참여가 “공개된 자료를 이용, 꼬리 물기식 진정, 감사청구 및 지속적인 민원제기”를 하며 업무를 가중시켜 행정력이 낭비되게 했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민원을 제기해 “반복적으로 업무를 방해”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은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 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에 대해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구도 구청장을 비롯해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에 대해 주민참여가 중복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남구 측은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남구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는 각종 회계자료를 스프레드시트(엑셀) 파일로 정리한 문건이다. 말하자면, 남구의 담당자가 정리하고 편집한 문서인 것이다. 주민참여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문건은 예산이 사용될 때 만들어진 품의서나 지출결의서, 이를 증빙하는 영수증 등과 같은 원본문서들이다. 즉, 주민참여는 남구가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가 아니라, 행정 감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회계서류를 공개해달라고 청구 한 것이다. 그 결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계자료와 원본문서가 불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 이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개된 자료를 이용, 꼬리 물기식 진정, 감사청구 및 지속적인 민원제기”했다는 남구의 주장에 대해 주민참여의 대표 최동길 씨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행정 감시활동을 폄훼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예를 들어, 공개된 정보에서 오류나 부조리한 부분이 발견되면 다시, 해당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가 이루어지고, 비위 사실이 있을 경우 진정을 내거나 감사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참여는 자신들의 행정 감시활동을 ‘200원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정보공개 수수료 200원으로 시민의 알권리와 투명한 행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의 대표 최동길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과 시민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또한, 시민이 행정을 감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입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시민의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오히려 확대돼야 합니다.”  

법률유보의 원칙조차 무시한 인천 남구

한편, 「정보공개법」 제13조 제1항은 “공개 대상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정보의 사본·복제물을 일정 기간별로 나누어 제공하거나 열람과 병행하여 제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업무량을 청구인과 협의하여 재량껏 분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비공개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정보공개법」은 제5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다. 「정보공개법」이 규정한 이 권리를 통해 시민은 알권리를 보장받으며, 국정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남구는 이러한 권리를 주민참여로부터 2년 동안 박탈했다.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일컬어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이라고 한다. 남구는 지금까지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2년 동안 비공개하겠다는 결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조차도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정보공개심의회에서 박탈 또는 제한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2013년 6월 4일). 그런데 남구는 행정적 처분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정보공개심의회라는 자문기구의 의결만을 유일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남구가 주민참여에 내린 결정은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남구는 주민참여의 권리를 법률근거 없이 제한한 것이다. 

피청구인이 청구를 심사하는 모순

그렇다면 과연 심의회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구일까? 심의회는 「정보공개법」의 제12조에 따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정보공개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두는 자문기관이다. 문제는 심의회의 구성이다. 위원의 일부는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도록 돼 있지만, 피청구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으로도 일부 구성하도록 돼 있다. 즉, 정보공개 피청구 대상이 청구에 대한 공개여부를 심사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 관련 규정 보기☞ http://gaeminews.tistory.com/14

2013년 5월 29일에 열린 심의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위원의 자격으로 심의회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5명이었다. 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부구청장 이외에, 복지환경국장과 자치행정국장이 참석해 5명 가운데 3명이 남구청 임원으로 구성됐다. 더구나 외부 전문가로서 참석한 2명 가운데 1명은 남구청 자문변호사였다. 이날 열린 심의회는 그 구성부터 청구인(주민참여)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2013년 5월 29일 개최한 남구의 정보공개심의회 구성

임의로 비공개 처분하고 책임까지 전가

살펴본 바와 같이, 남구는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를 2년 동안 거부한 것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됐다”거나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남구 공무원들의 항변에서는 이들이 정보공개 업무를 부수적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보공개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고유한 업무다. 하지만 남구는 주민참여가 정보공개청구와 민원을 수단으로 펼쳤던 행정 감시활동을 불편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민참여의 활동이 감시에만 그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거나 각종 진정과 감사청구 등에 의해 남구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남구는 자신들을 불편하게 하는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고, 인격적인 수모와 행정력 낭비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책임까지 주민참여에게 전가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에서 남구가 주민참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행정심판 등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곳곳에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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