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지난 2월 26일 창립 20주년 기념식 가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월 26일 오후 5시 10분부터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 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민주노조 30년, 보건의료노조 20년 역사

1987년 유월항쟁이후 시작된 병원내 민주노조 설립운동은 1989년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을 거쳐, 1998년 마침내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으로 이어졌다.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깃발을 들고, 국민건강건 수호를 위해 한길을 달려온 역사, 민주노조 30년, 보건의료노조 창립 20년을 맞아 병원노동자들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각계의 인사들과 정치인들, 전국의 지부 간부들과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들을 비롯하여 250여 명이 참석했다.

민중의례에 이어, 20주년 역사를 담은 영상 상영했다. 그리고, 나순자 위원장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 나순자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나순자 위원장은 “민주노조 30년, 보건의료노조 20년은 서슬 퍼런 독재정부 시절, 엄혹한 탄압을 뚫고 첫 민주노조를 결성하던 감격의 그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함께 어깨 걸고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고 병원의 민주화를 만들어내며, 우리 일터에서의 노동의 가치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근 병원 내 태움과 갑질, 인력문제와 노동인권의 문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하고, “잘못된 관행과 조직문화를 끝장내고, 현장의 인력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자”고 말했다.

이어 “노동존중사회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결의로, 보건의료노조 100년의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어엿한 산별노조로 성장하여, 우리사회에 ‘돈보다 생명을!’ 이라는 가치와 비젼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해고, 구속,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 동지를 떠나보내기도 했다”고 회고 했다. 그리고, “산별노조답게 차이를 줄이고, 차별에 항의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어진 축사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1989년 교사노조를 시작하면서 처음 찾았던 곳이 병원연맹이었고, 그 활동의 영감을 얻어서 전교조도 ‘참교육’을 내세우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으로 성장하여 산별노조 운동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호 ‘돈보다 생명을!’을 위해 더 크게 활약해 달라”고 당부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돈보다 생명을!’의 가치가 있었기에 더불어 민주당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새 정부의 개혁이 더디다고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촛불의 정신’을 잃지 않고 노동존중 사회, 약자들이 당하지 않는 사회를 여러분과 손잡고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우상우 전 원내대표의 축사에 이어,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김종훈 민중당 공동상임대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면으로 축하의 인사말을 보내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축사에 이어, 그간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모범지역본부, 모범지부, 모범조합원, 모범동아리 등에게 모범상을 수여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진군가 제창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념식을 마치고, 이어 저녁 7시부터 ‘보건의료노조 나눔의 밤’이란 제목을 달고, 선배들과 과거 동지들과 함께 하는 기념만찬이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역사>

- 1987년 8월, 9월부터 노동자대투쟁과 함께 병원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함

- 1987년 12월 12일 경희대병원 강당에서, 70여개 노조들이 모여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 결성

<병노협 임원진> 의장 ; 양건모(이대병원노조), 부의장 ; 안덕호(부산백병원노조), 한은정(고대의료원노조), 이근선(부천세종병원노조), 사무국장 ; 차수련(한양대병원노조)

- 1988년 12월 27일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병원노련) 결성

▲ 1988년 12월 27일 경희대병원 강당에서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병노련) 결성

▲ 병원노련 로고

<병원노련 초대 임원진> 위원장 ; 양건모(이대병원노조), 수석부위원장 ; 안덕호(부산백병원노조), 부위원장 ; 이근선(부천세종병원노조), 이원조(가톨릭의대병원), 김은아(대전을지병원), 김상덕(의정부의료원), 채학용(광주남광병원), 사무처장 ; 최방식(서울대병원)

- 1989년 1월 5일에 정식으로 노동부에 설립신고서 제출

- 1989년 1월 7일 설립신고서 반려

병원노련의 조직대상이 한국노총 연합노련(서로 업종이 다른 55개 업종의 단위노동조합들의 연합체 성격의 연맹. 병원노조들은 보건·의료라는 업종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할 수 없었음)의 규약에 이미 조직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어 연합노련의 조직대상과 중복되므로,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1989년 1월 7일자로 설립신고서를 반려.

당시에 복수노조 금지라는 노동악법 조항으로 인해,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해 불법 내지는 법외노조 상태였음

▲ 김선수 변호사

- 1989년 2월 14일 설립신고서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 제기하고, 동시에 같은 취지의 행정소송을 고등법원에 제기함(*김선수 변호사 담당)

- 1989년 6월 13일 위헌제청신청서 접수

- 2년이 넘도록 변론기일이 안잡힘

- 1990년 1월 22일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창립 ; 의장에 단병호 서노협의장(동아건설 창동노조위원장) 선출

▲ 1990년 1월 22일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창립대회 모습

- 1991년 7월 2일 변론기일지정신청서 법원에 접수

- 당시 전국의 병원노동조합 중에서 병원노련에 소속된 노동조합이 110개(조합원 24,260명)인데 반하여, 연합노련에 소속된 노동조합은 14개(조합원 6,426명)에 불과했음

- 당시 병원노련 합법성쟁취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근선 병원노련 부위원장이 법원에 증인으로 참석해, 병원노련의 설립경위와 소속노조현황 및 그 동안의 병원노련의 활동상황 그리고, 국제적으로 병원노련이 이미 산업별 연합단체로서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는 상황 등에 관하여 증언을 함

- 1992년 5월 28일. 병원노련의 양건모 당시 위원장이 소속 단위노동조합(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의 쟁의현장에 가서 격려사를 하고, 연대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제3자 개입 혐의로 검찰에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사태가 벌어짐

* 당시 법률상으로는, 당해 노동조합이 소속된 연합단체인 상급단체는 제3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소속 산하 노조의 쟁의현장에 가서 격려 등의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양건모 위원장은 수배상태로 활동을 함.

물론, 민주노총도 합법으로 인정되지 않았었다.

- 소송을 제기하고 3년이 훨씬 지난, 1992년 7월 16일 “위헌제청신청은 기각하고, 설립신고서의 반려처분은 취소한다”라고 고등법원에서 판결 선고됨

- 이런 재판 결과, 검찰에서는 양건모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이 도과된 후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 수배상태가 해제되게 됨

- 이후 병원노련에서는 고등법원의 승소판결과 위원장의 수배해제 축하잔치를 열었음

▲ 병원노련 합법성 쟁취 기사(한겨레신문 1992. 7. 17.자)

- 1993년 5월 25일, 상고가 기각되어 병원노련은 완전히 합법적인 연맹이 됨. 1989년 2월 소송을 제기하고, 4년 3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세월이 흐름. 그동안 병원노동자들은 연대활동을 하려면 구속당할 각오를 해야 했음

- 이후 병원노련의 승소로 말미암아, 그동안 연합노련 때문에 합법적인 연맹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임의적인 상급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던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등이 일거에 합법화됨

* 그러나, 복수노조는 허용됐으나 당시는 연맹이나 총연맹인 상급단체만 인정했다.

<병원노련이 주장했던 현행법의 부당성>

1. 연합노련에도 포함된 업종(화학노련, 금속노련, 섬유노련, 고무노련 등)들은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왜, 유독 병원노동조합들은 복수노조라며 연맹설립을 인정하지 않는가? 이는 부당하다.

2. 가입된 병원노조들은 병원노련에 의무금을 내고 있으며, 연합노련에는 내고 있지 않다. 연합노련 규약상 의무금을 안내면 제명되어야 하는데, 의무금을 내지 않는데도 제명하지도 않고 상급단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3. 이미 국제공공노련(PSI), 국제상업사무전문기술직노련(FIET), 국제사무직노련(UNI) 등 국제노동단체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4. 병원노련은 이미 상급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고, 국제 노동단체에 의무금도 내고 함께 연대활동도 하고 있다. 연합노련은 병원노동자들의 상급단체 활동을 전혀 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연합노련과는 병원노조들의 ‘보건, 의료’라는 업종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노동조합활동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 현재, 병원노련에 소속된 노동조합은 110개(조합원 24,260명)이고, 연합노련에 소속된 노동조합은 14개(조합원 6,426명)에 불과하다. 병원노련은 별도로 연맹으로 분리되어도 연합노련보다 더 병원노동자들을 대변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