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천남구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 부당하다 판결

외국인, 수감자에게도 인정되는 정보공개청구권 2년간 박탈... 인천남구 묵묵부답 강창대l승인2015.12.15l수정2017.02.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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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남구청(이하 남구)이 행정 감시활동을 해 온 주민 최동길(45) 씨 등 주민참여(이하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2년(2013년 5월 29일부터 2015년 5월 29일까지)간 공개를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결국, 남구가 주민참여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셈이다. 이에 대해 남구가 어떤 식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0월 29일 인천지방법원(제1행정부)은 남구청이 “장래의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에 청구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모두 비공개하기로 한다는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판결했다. 뿐만 아니라, 남구청의 이 같은 처분이 “정보공개법이 정한 정보공개의 원칙과 권리남용을 규제하려는 법리의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남구청은 항소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정소송을 지휘하는 인천지방검찰청 역시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 항소를 포기하도록 했다.「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청의 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고, 이러한 지휘권은 소송이 제기된 법원에 대응하는 각급 검찰청(이번 사건의 경우 인천지방검찰청)의 검사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5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남구는 주민참여로부터 이러한 권리를 2년 동안 박탈했다. 남구가 이러한 조치의 근거로 삼은 것은 행정처분권이나 법률적 효력이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남구 정보공개심의회’의 결정이었다. 상식적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목적으로 범죄자 등에게만 가능하다.

외국인, 수감자에게도 인정되는 정보공개청구권

정보공개청구권과 관련해 투자자문회사 BBK 전 대표 김경준(49세) 씨가 국가기관의 정보공개 거부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은 유명하다. 

김경준 씨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주가조작과 투자금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씨는 벌금형이 먼저 집행되길 바랐다. 국제수형자이송법상 외국인은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선고됐을 경우 벌금을 내면 국외이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미국 국적자다. 

당초 검찰은 벌금형을 먼저 집행하기로 결정했었지만, 이를 번복하고 징역형을 먼저 집행했다. 김 씨는 검찰을 상대로 형 집행순서 변경과 관련한 업무처리지침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당시 외국인의 경우 국내에 일정한 주소를 두고 거주할 경우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한다는 안전행정부의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교도소를 ‘거주하는 일정한 주소’로 볼 수 없다며 김 씨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이를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 3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어 김 씨는 정보공개청구권을 박탈당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1심에서 정부가 김 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에서는 200만원을 추가해 정부가 김 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당기간 교정시설에 수용된 외국인도 정보공개청구권이 있다” 판시했었다.

묵묵부답 뻔뻔한 남구

판결이 있은 뒤, 지난 11월 4일 <개미뉴스>는 인천광역시남구청(청장 박우섭)과 ‘인천광역시남구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정모, 이하 노조), 인천광역시남구의회(의장 장승덕, 이하 남구의회)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문형식으로 질의를 했다. 질의 내용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각각의 입장과 이와 관련해 어떠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었다. 

노조는 <개미뉴스>의 질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거절했다. 남구의회에서는 지난 11월 30일에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개질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질의에 대해 남구 총무과는 “정보공개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개미뉴스>의 질의에 대한 남구의회의 답변 역시 “남구청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데 노력을 할 것”이라는 등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남구청장 박우섭 씨에게는 지난 12월 9일에 비서실을 통해 재차 질의서를 전달했다. 무엇보다도 박 씨에게는 금번 판결이 있기 전인 4월 21일 여성종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의 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위 인터뷰에서 남구청장 박우섭 씨는 2년간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보공개에 응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오히려 반한다”라며 그러한 처분이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 관련 동영상 보기(해당 내용은 9분20초부터) ☞http://youtu.be/i3qzTXyVu9E

박 씨가 근거로 든 법원의 판단은 2014년 6월 26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내려진 ‘각하’ 판결이다. 당시 각하가 내려진 이유는 심의회의 의결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것은 남구의 처분을 타당하다고 인정해 주민참여의 소를 ‘기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즉, 박 씨는 이 판결이 남구의 처분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박 씨의 거짓말은 더욱 명백해졌다.
※ 판결문 보기http://gaeminews.tistory.com/13

남구 총무과 정보공개청구 관련 업무 담당자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불편해 했다. 그는 주민참여의 민원과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 등으로 남구 직원들 역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미뉴스>가 지난 기사에서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대응은 부당한 책임전가일 뿐이다.

독재는 멀리 있지 않다

남구청장 박우섭 씨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기초단체장협의회 회장과 혁신위원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박 씨는 올 초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정기전국대의원대회 최고위원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었다. 비록 낙선했지만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박 씨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몸담았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의 ‘두꺼비 정신’*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을 위한 정신으로 내세웠던 점 등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박우섭 씨에 대한 인천 지역사회의 평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인천에서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그의 이력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남구의 행태와 그간 그가 보여준 언행은 박 씨의 그러한 이력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독재’의 사전적 의미는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 한 개인 또는 그를 둘러싼 소수자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다음 국어사전)를 말한다. 독재란 먼 과거의 역사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정보공개청구가 행정 감시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 부당한 거부에 대해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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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정신: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은 조직의 상징물로 '두꺼비'를 내세웠다. 뱀에게 잡아먹히지만 끝끝내 뱀을 죽이고 살아남는 두꺼비처럼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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